▶ 삶의 애환·우수 흑백에 가득
▶ 파노라마 등 50년 작품 정리
‘프라하’(1968).
쿠델카의 작품 ‘모라비아’(왼쪽·negative 1966, print 1967)과‘보헤미아’(negative 1966, print 1967).
■ 게티센터서 회고전
게티센터에서 지난달 11일부터 열리고 있는 ‘조셉 쿠델카: 국적 불확실’(Josef Koudelka: Nationality Doubtful)은 사진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절대 놓쳐서는 안 될 특별 사진전이다. 체코 출신의 사진작가 조셉 쿠델카(76)는 전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사진가 중 한 명이며 권위 있는 자유보도 사진작가 그룹 ‘매그넘 포토스’의 일원이다.
그는 50여년에 걸친 커리어에서 세 가지 작업으로 유명한데, 체코의 자유혁명 ‘프라하의 봄’을 찍은 작가, 그로 인해 조국에서 추방돼 발칸반도를 떠돌며 집시들의 사진을 찍었던 작가, 그리고 생애 후반 파노라마 사진의 새로운 지평을 개척한 작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번 게티 쇼는 이 모두를 다 볼 수 있는 대형 기획전으로, 쿠델카의 파란만장한 사진 여정 50년에 걸친 작품들을 고루 전시하고 있다. 미국서 그의 회고전이 열리기는 처음이며, 전시작품 중 다수가 쿠델카 자신의 보관소에서 끄집어낸 희귀한 사진들이다. 특히 집시에 관해 잘 안 알려진 작업들과 1970년 프라하 탈출을 위해 팔아넘겼던 빈티지 사진들도 포함하고 있다.
조셉 쿠델카는 자신이 선택한 주제에 평생 매진해 온 특이한 사진가다. 떠돌이처럼 많은 곳을 옮겨 다니며 작업했고, 이번 전시 제목처럼 늘 국적과 행선지가 불확실한 침묵의 사진작가였다. 그의 사진은 공허와 우수에 젖어 있고, 익명의 약자들의 순박한 애환이 흑백의 화면에 독특한 구도로 담겨 있다.
흑백사진의 진수를 알려면 그의 사진을 공부하라고들 하는데,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작품 앞에서 감동받는 이유는 사진 속에서 묻어나오는 그의 삶, 그의 내적 시선 때문이다.
쿠델카는 1938년 체코 보스코비츠에서 태어났다. 1952년 사진을 배워 가족과 친구들을 찍기 시작한 그는 1961년에 프라하 소재 공과대학을 졸업하고, 1967년까지 항공 엔지니어로 일하면서 본격적으로 사진에 심취했다.
1961년 그는 로마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동유럽의 집시들과 그들의 삶을 보게 됐다. 이때부터 집시라는 주제에 천착한 그는 63년부터 70년 사이에만 슬로바키아, 루마니아, 모라비아, 보헤미아 등 무려 80여 군데를 돌아다니며 집시들의 생활과 축제, 음악과 문화적 제식을 그만의 독특한 시각으로 카메라에 담았다. 67년의 ‘집시’전은 그의 이름을 국제적으로 알리는 계기가 됐는데 이번 전시에서 거기 나왔던 사진 22점을 볼 수 있다.
1968년 8월 소련의 바르샤바군이 프라하를 침공했을 때 쿠델카는 카메라를 들고 거리로 나가 일주일 동안 그 참상을 필름에 기록했다. 그의 이미지는 저항운동의 상징으로 떠올랐으며 서방세계로 흘러들어가 전 세계의 신문, 잡지들을 도배했다. 신분의 안전 때문에 1984년까지 그의 사진들은 이름 대신 P.P.(Prague Photographer)라는 이니셜로만 사용됐다.
쿠델카는 1970년에 프라하를 떠나 영국으로 망명했고, 집시 사진을 저널에 발표하여 로버트 카파상을 수상했다. 이를 계기로 세계적인 사진작가 카르티에 브레송을 만나 친교를 맺었으며 1974년 매그넘 정회원이 되면서 쿠델카라는 이름이 서서히 보도 및 다큐멘터리 사진계로 퍼져나갔다.
1978년 나다르상 그리고 1980년 미국 연방예술기금(NEA)을 수상함으로써 쿠델카는 명실 공히 예술사진에서도 세계적인 작가가 되었다.
1986년부터는 파노라마 카메라를 들고 오랫동안 염원했던 수평의 세계와 만난다. 장벽, 철조망, 체크포인트, 끝없는 길, 사막, 검은 삼각주 등의 방대한 풍경과 산업구조물들을 특유의 시선으로 앵글에 담았는데 너무 길기 때문에 아코디언 스타일로 프린트된 작품들도 이번 전시에서 다수 만나볼 수 있다.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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