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야당은 특별한 재주를 지녔다. ‘질 수 없는 선거를 지는 재주’ 말이다. 벌써 몇 번째인가.
2012년 총선은 야당이 ‘질래야 질 수 없는 선거’로 불렸다. 이명박 정권의 무능과 부패에 싫증난 국민 대다수가 판을 바꿔 보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당시 제1 야당 대표이던 한명숙은 팟 캐스트 ‘나는 꼼수다’의 진행자인 김용민을 국회의원 후보로 발탁했다.
당시 수백만이 듣고 있던 ‘나꼼수’의 인기를 이용해 젊은 표를 모아보겠다는 생각이었는지는 몰라도 김용민은 원래 말이 걸기로 소문난 인물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가 전에 “라이스 국무장관을 강간해 죽이자”고 한 발언이 공개됐다. 당내에서 그를 즉각 사퇴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한명숙은 그러지 못했다. 그 결과 김용민은 떨어지고 야당은 참패했다.
2012년 대선도 여권에게는 쉬운 선거가 아니었다. 이명박의 인기는 바닥이었고 안철수 돌풍의 위력은 상당했다. 그런데도 야권은 안철수와의 단일화를 매끄럽게 마무리 짓지 못하고 TV 토론회에서도 야당의 문재인은 미니 정당 후보로 한자리수 이상 지지를 받아본 일이 없는 통진당의 이정희에게 끌려 다니는 인상을 줬다. 결과는 또 야권의 패배였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 출범 후에도 총리 하나 제대로 뽑지 못해 절절 매는 상황에서 치러진 두 차례의 재보궐 선거에서 모두 졌다. 이런 실적을 보면 이번 주 치러진 4.29 재보궐 선거에서 제1 야당인 민주당이 전패한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이번 선거도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8명 중 7명이 박근혜 정부 주요 인사라는 초대형 악재 속에 치러졌다. 그럼에도 “성완종이 노무현 정부 때 두 차례나 특사를 받았다”는 여권에 반격에 대응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끌려다니다 참패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당시 민정 수석과 비서실장으로 노무현 정부의 핵심 실세였으면서도 사면 과정을 남의 말 하듯 하던 문재인은 주요 자산이던 신뢰를 많이 깎아 먹었다.
물론 야권 분열도 한몫 했다. 같이 노무현 아래 한 배를 탔던 천정배와 정동영이 전라도 광주와 관악에서 나와 야권 표를 갉아먹었다. 야당이 아니면 무소속이 당선될 수밖에 없는 광주는 그렇다 치더라도 관악은 야권 표만 합쳤더라면 당선이 되고도 남는 지역이다. 자신이 대통령 후보를 지낸 ‘야당 심판론’을 들고 나왔던 정동영은 이로써 스스로 심판 당하고 정계를 은퇴해야 할지도 모를 위기에 몰렸다.
흔히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고 하는데 이번 선거는 그중 한 부분이 사실임을 보여줬다. 부패한 보수가 망하지 않은 이유는 국민들이 진보도 별로 깨끗하지 않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야권의 앞날이 험난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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