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 교수 출신인 엘리자벳 워런 연방 상원의원은 미 정치인 중 은행에 가장 적대적인 인물의 하나다. 그렇게 된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가장 강력한 것은 아마 어린 시절 본인의 체험이 아니었을까.
워런이 12살 때 청소부로 일하던 아버지는 심장마비로 쓰러졌다. 당연히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어 수입은 줄었고 병원비는 쌓여만 갔다. 자동차 할부금을 갚을 수 없게 되자 은행은 차를 차압해갔고 모기지 페이먼트도 제대로 못해 집까지 빼앗길 위기에 놓였다. 이 때문에 집밖에 모르던 어머니는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처음 하이힐을 신고 시어스 카탈로그 판매국으로 일하러 나갔고 워런은 이모 식당에서 웨이트리스로 일해야 했다. 워런은 회고록에서 “이 때 나는 어른이 됐다”고 적고 있다.
은행은 제대로 일을 해도 보통 사람들로부터 미움을 받게 돼 있다. 가장이 쓰러져 살림이 어렵다고 페이먼트를 면제해 주면 비즈니스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돈이 있을 때는 가져다 쓰라고 난리면서 돈이 없을 때는 꿔주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은행은 경제적 강자에게는 무한히 친절하지만 약자에게는 가혹하다. 은행 입장에서는 예금도 끌어와야 하고 돈을 꿔줘도 떼일 염려가 별로 없기 때문에 부자를 우대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형편이 급한 사업자나, 가장이 실직해 융자금을 갚지 못하게 된 서민 입장에서는 은행이 야속할 수밖에 없다.
뿐만이 아니다. 은행은 때로는 법을 어겨가며 이익을 챙기기도 한다. 작년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는 악성인 줄 알면서 불량 모기지를 투자가한테 판 혐의를 인정하고 166억 달러의 벌금을 내기로 연방 법무부와 합의했다. 정부와 개인 기업 간 합의금으로는 사상 최대 액수다. 이중 70억 달러는 형편이 어려운 소비자들을 돕는데 쓰일 예정이다.
2008년 금융 위기의 원인은 여러 가지지만 부동산 버블에 편승해 불량 모기지를 양산하고 이를 투자가들에 모른 척 하고 판매한 금융 기관도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다. BOA뿐만이 아니다. 거의 모든 금융 기관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짓을 했다고 봐도 된다.
5일 LA시 검찰은 웰스파고 은행이 고객의 허락 없이 불필요한 계좌를 마구잡이로 개설하고 부당한 수수료를 물리는 등 불법행위를 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검찰은 웰스파고가 기업 차원에서 직원들에게 영업 쿼터를 할당하는 등 성과를 강요하면서 이같은 불법행위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은행 측은 일부 직원들의 과욕의 결과일 뿐 은행은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떼고 있으나 과연 직원들이 은행 측의 묵인이나 압력 없이 이런 엄청난 일을 저지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은행들이 이런 편법 불법 행위를 저지를수록 이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라는 정치권의 목소리는 높아질 것이다. 은행인들의 대오각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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