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패션이란 말을 들어 본적이 있는가. 대형마트는 물론이다. 의료기관에서 대학 캠퍼스, 공항, 출퇴근길에도 넘쳐나는 것은 마스크를 쓴 사람의 행렬이다. 그뿐이 아니다. 산행에 나선 사람도 마스크를 착용했다. 노래연습을 하는 여학생들도 마스크 차림이다.
마스크는 어느새 새로운 패션으로 자리 잡은 것 같은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흰색, 검은 색, 녹색에, 파란색까지 어울린 마스크들의 행진- 그 기이한 풍경을 외국 언론은 놓치지 않았다. 허핑턴 포스트는 그 대한민국의 모습을 화보로 엮기까지 했다.
1000만 서울의 출근길 풍토가 바뀌었다. 메르스 공포 때문이다. 자가용 출근이 늘면서 지하철이 한산해졌다는 거다. 먹자골목도 썰렁해졌다. 극장가는 얼어붙었다고 한다. 야구장도 텅 비었다. 남대문 시장도 인적이 끊겼다. 내수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는 거다.
“메르스, 대한민국을 삼켰다”- 한 국내 신문의 제목이다. 1면은 말할 것도 없다. 2면, 3면, 4면, 5면, 6면, 7면…. 온통 메르스 관련기사다. 메르스가 대한민국을 삼켰다는 제목도 그러니 무리가 아니다.
도대체 메르스가 무엇이기에 이 난리인가. 세계보건기구(WHO)와 미 질병센터(CDC)에 따르면 ‘낮은 전염성의 위험한 질환’이다. 공기 감염의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는 단정 할 수 없다. 그렇지만 병원 내 감염이 75%로, 전염경로는 ‘밀접 접촉’이란 게 공인된 학설이다.
인간끼리의 전파는 힘들다. 건강한 사람은 감염되어도 감기 몸살 정도로 지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치사율 40%는 터무니없이 과장된 수치다. 이 메르스가 그런데 ‘엄청난 공포’로 대한민국을 짓누르고 있는 것이다.
바이러스성 전염병이다. 병약자에게는 치명적일 수도 있다. 그 질병에 대한 방역은 지나치다고 해서 나쁠 것은 없다. 그렇지만 온통 마스크로 뒤덮인 대한민국의 거리풍경-거기서 발견되는 건 한국 사회 특유의 쏠림현상이라면 지나친 말일까.
“한국의 정치는 ‘회오리(vortex) 정치’로 규정될 수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그레고리 헨더슨이 일찍이 한 말이다. 한번 바람이 일면 강한 구심력으로 주변의 모든 것을 삼켜버리는 회오리 현상에 한국 정치를 빗댄 것이다.
이 쏠림현상은 어디서 비롯되는가. 합리적 이성보다는 정서적, 심리적 요인에 의해 좌우되기 쉬운 한국인의 문화적 특질이나 국민성과 연관된다는 것이 적지 않은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그 쏠림현상이 더 심화되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듣고 싶은 정보만 골라듣고 듣기 싫은 정보는 흘려버리기 쉽다. 그런 확증편향을 증폭시키는 것이 인터넷이다. 그러니까 사실 확인보다는 정서적 공감 표시를 먼저 해버리면서 한 쪽으로 쏠리는 거다.
인터넷 등 SNS의 급속한 발달과 함께 한국인의 ‘빨리빨리’ 조급증세는 더 악화되면서 쏠림 현상의 가속화를 불러오고 있다는 진단이 그래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SNS가 단순한 대중의 의견 교환 수단을 넘어 정치적 의사 결정도구로 진화하고 있다는 데 있다.
마스크가 패션이 된 대한민국- 멀리 바라보이는 그 풍경이 왠지 섬뜩하게까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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