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는 북침으로 발발했다’-. 대한민국의 청소년 중 70% 정도가 이렇게 알고 있다.
이런 여론조사결과가 발표 된 게 지난 2013년이었던가. 아니 어떻게 그럴 수가…. 급기야 대통령까지 한 마디하고 나섰다. 역사교육, 안보교육에 정말이지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정말로 한국 청소년의 절대 다수는 6.25를 남한의 북한침공으로 비롯된 전쟁으로 알고 있는 것인가. 그게 아니었다.
인터넷에 익숙해져 모든 걸 줄여서 말하는 습관에 젖어있다. ‘열’심히 ‘공’부한다를 줄여 ‘열공’이란 식으로. 그러니까 ‘남침’은 ‘남’한이 ‘침’공한 것의 줄인 말이 된다. ‘북침’은 ‘북’한이 ‘침’공한 것의 줄인 말이고. 그 여론조사결과는 여기서 비롯된 어이없는 해프닝이던 것이다.
올해로 65주년을 맞는다. 그 6.25에 대한 인식의 혼란은 그러나 여전하다. 그 명칭부터가 그렇다한국에서는 원래 ‘6.25 사변(事變)‘으로 불렸다. 그러다가 ‘6.25 전쟁‘으로 변경해 부르고 있다. 북한의 국가성을 국제사회가 인정한 데 따른 변화다.
미국에서는 ‘Korean War’로 불린다. 그래서 영어권에서는 ‘Korean War’로 통일됐고 이를 번역해 6.25가 한국 내 일부에서도 ‘한국전쟁’이라고 통용된다.
중국에서는 ‘항미원조(抗美援朝)전쟁‘으로 명명됐다. 그리고 북한에서는 ‘조국인민 해방전쟁’이라고 불린다.
왜 교전 당사국마다 6.25를 다른 명칭으로 부르고 있나. 이 전쟁을 둘러싼 관점이, 또 이해가 다르기 때문이다.
6.25의 영어명칭인 ‘Korean War’의 경우를 보자. 월남전쟁의 영어표기 ‘Vietnam War’와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왜 6.25는 ‘Korea War’가 아닌 ‘Korean War’인가. 거기에는 6.25 전쟁의 원인과 책임을 Korean에게 묻는 묘한 뉘앙스가 담겨 있다는 것이 일부의 지적이다.
북한에서 부르는 ‘조국해방전쟁’에는 짙은 이데올로기와 정치선동의 냄새가 난다. 미 제국주의 지배하에 있는 남조선을 해방시킨다는 어처구니없는 주장이 담겨 있는 것이다. 중국의 ‘항미원조전쟁’도 그렇다. 미국 등 자본주의 세력에 맞서고 북한(조선)을 도운 전쟁이라는 거다.
무엇을 말하나. 역사적 사건은 공통적인 부분을 엮고 정리해서 하나의 명칭으로 불린다. 예를 들어 세계 1, 2차 대전이 그렇다. 6.25는 이런 면에서 아직도 끝나지 않은 전쟁이란 사실을 말해주는 게 아닐까.
메르스가 번졌다. 그 재난을 보는 시각이 좌와 우로 나뉘었다. 적지 않은 한국인들에게 6.25는 ‘죽어도 북침전쟁’이다. 전 세계가 북한의 인권참상에 분노하고 있다. 그런데도 대한민국 국회는 10년이 넘도록 북한인권법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야당의 극렬한 반대로.
여기서 새삼 발견되는 것은 6.25는 그 형태만 고강도에서 저강도 전쟁으로 바뀌었을 뿐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하면 지나친 말일까.
6.25에 대한 혼란스런 인식은 청소년들만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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