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센서스국이 지난주 발표한 아메리칸 커뮤니티 서베이의 미국내 한인인구는 182만 명이었다. 며칠 사이를 두고 한국 외교통상부가 발표한 재외공관 별 집계에서 미주 한인은 224만 명으로 42만 명이나 더 많다. 숫자의 차이가 너무 크다.
그 이유는 조사 및 집계의 방식이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센서스국은 10년 단위로 미국 인구의 전수조사를 한다. 일일이 세어 더하는 방식이다. 센서스국은 이렇게 만들어진 방대한 자료를 근거로 해마다 추정치를 낸다. 오랜 시간 변화의 패턴과 여러 요소를 적용해 자료를 업데이트 한다. 반면 한국 외교통상부의 집계는 매우 단순하다. 각 공관 별 한인인구를 더하는 방식이다. 공관들은 중소도시의 경우 지역 한인회에 물어 답을 듣는다. ‘한 3천명 될걸요’ 하면 그걸로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자리 수까지 나오는 이유는 정확한 통계를 가지고 있는 유학생 수를 더했기 때문이다.
센서스 국의 한인인구 통계와 한국정부의 통계는 그래서 실제와 희망 사항 만큼의 차이를 드러낸다. 한인을 대상으로 공공기관이 정책을 마련하거나 개인이 비즈니스를 구상하려거든 센서스 자료를 참고하고 한인사회를 배경으로 정치를 하려거든 후자를 인용하면 된다.
인구는 사회가 형성된 이후 지금까지 가장 중요한 기초자료다. 구약성경의 민수기(民數記)는 연령별, 12지파 별 인구조사 내용을 담고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정확한 인구 파악이 없었다면 약 40년간의 여정이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수많은 인종이 모여 사는 미국에서도 인구조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센서스 참여는 그래서 모든 미국 거주자들에게 의무사항이다.
센서스와 이를 바탕으로 한 서베이는 내용이 방대하다. 정보의 홍수라고 보면 된다. 인구 변화, 직업, 중간 연령, 주거형태 등 가능한 모든 통계를 담고 있다. 정부의 모든 정책이 이 자료를 근거로 한다. 연방 정부의 지역별 지원 예산과 주 별 연방 하원의원 수가 정해진다. 정확하지 않으면 큰 일이다. 아마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가 한 말, 미래와 관련 지어 정확한 예측이 가능한 유일한 것이 인구의 변화라고 한 표현도 센서스를 그만큼 믿기 때문이 아닐까.
센서스에 잡힌 한인 인구는 우리가 기대하는 것 보다 늘 적다. 그래서 한때 참여를 하지 않는 한인이 많다는 판단 하에 별도로 한인 인구를 추산해 보는 일도 잦았다. 오래 전 김광정, 허원무 교수가 활발하게 한인 인구에 대한 연구를 했던 게 대표적이다. 이민이 뜸해 진 이후에는 센서스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 한인사회 연구원 이윤모 박사가 센서스 자료를 기초로 한인들의 생활 패턴을 연구해 왔다.
수년 전 한국 가수 시카고 초청공연의 흥행 가능성을 따져 보다가 아메리칸 서베이의 자료를 뒤진 적이 있다. 그 자료에 따르면 메트로 시카고 지역 내 한국 출생 한인은 5만 명이 채 안 된다. 그 중 이곳서 20년 넘게 산 한인은 2만5천명 가량. 10년 넘게 산 사람까지 더해야 3만 명을 넘겼다. 여기서 또 추려야 했다. 갓난 아기 때 부모 손을 잡고 미국에 온, 2세에 가까운 한인을 빼니 2만 명 선이었다. 한인 상대의 비즈니스라는 건 바로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고 그렇다면 그 규모에 걸 맞는 행사나 비즈니스가 기획되어야 한다는 게 그 자료를 근거로 한 나의 주장이었다.
비즈니스 전략상, 또는 정치역량의 결집 등 결정과 판단의 준거 틀을 가지고 있으려면 센서스 만큼 좋은 기초자료는 없다. 그러나 그 자료가 그야 말로 ‘꿰지 않은 구슬 세 말’로 남아 있는 게 유감이다. 주말과 주초에 걸쳐 보도된 한인 인구 관련 기사에 추가하고 싶은 단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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