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스다코타에 있는 리드는 인구 3,000명의 작은 마을이다. 그러나 물리학상 이 마을이 갖는 의미는 작지 않다. 1960년대 레이 데이비스가 이 마을에 있는 폐광에 10만 갤런의 물을 쏟아 붓고 처음으로 중성미자(neutrino)의 존재를 증명한 곳이기 때문이다.
우주에서 가장 작으며 가장 가벼운 소립자인 중성미자의 존재가 처음 의심된 것은 1930년대다. 20세기 물리학의 큰 별인 엔리코 페르미와 볼프강 파울리는 방사능 물질이 자연 붕괴할 때 처음과 끝 에너지 총량이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는 ‘에너지 보존 법칙’이라는 기본 원리에 어긋나는 현상이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나온 것이 ‘작은 중성자’라는 뜻의 중성미자였다. 부족한 것처럼 보이는 에너지가 사실은 중성미자로 전환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설은 오랫동안 설로 남아왔다. 중성미자가 워낙 작고 전기적으로도 중성인데다 무게도 있는지 없는지가 불분명할 정도로 가벼워 존재 확인이 극히 어려웠기 때문이다. 현재 확인된 중성미자의 무게는 양성자의 1/1836인 전자의 100만분의 1에 불과하며 1광년 길이의 납을 통과하면서도 다른 어떤 소립자와 충돌하지 않을 정도로 작다. 그런 소립자를 데이비스는 다른 모든 것이 차단된 광산에서 죽치고 앉아 기다려 찾아낸 것이다.
그의 수고로 중성미자의 존재는 확인됐지만 다른 문제가 생겼다. 이 광산에서 확인된 중성미자는 태양에서 만들어져 날아온 것인데 관측된 수치가 이론적으로 예측된 수치의 1/3에 불과했던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한 사람이 바로 일본의 가지타 다카아키와 캐나다의 아더 맥도널드다. 이들 또한 폐광에서 물을 채워놓고 오랫동안 중성미자 사냥을 벌인 끝에 중성미자가 날아오는 동안 계속 ‘형태’(flavor)를 바꾼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와 함께 중성미자가 무게가 있느냐 없느냐는 논쟁도 종지부를 찍게 됐다. 형태를 바꾸기 위해서는 미량이나마 무게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 때 중성미자에 무게가 있느냐 없느냐는 문제는 우주의 미래와 맞물려 관심을 불러 일으켰었다. 우주가 무한히 팽창하느냐, 아니면 어느 순간 팽창을 멈추고 다시 수축하느냐가 큰 논쟁거리였는데 중성미자의 무게가 이를 좌우할 수 있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우주는 계속 팽창한다는 설이 우세하다. 중성미자가 무게가 있더라도 그 수치가 너무 미약해 팽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중성미자의 변형은 우주 탄생의 비밀과 직결돼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주목을 받고 있다. 138억 년 전 ‘빅 뱅’과 함께 우주가 태어났을 때 물질과 반물질의 비중은 거의 같았다. 이들은 서로 만나면 폭발해 없어지기 때문에 아무 것도 남지 않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지금과 같은 우주가 생겨났는지는 지금까지 미스터리로 남아 왔는데 중성미자의 변환 과정에서 물질이 반물질보다 조금 더 남았다는 설이 최근 각광을 받고 있다.
가지타 다카아키와 아더 맥도널드는 중성미자의 변형을 밝혀낸 공로로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뽑혔다. 우주의 탄생과 종말에 관해서는 아직 모르는 부분이 많지만 지금까지 알아낸 것만도 경이롭기 짝이 없다. 그리고 그것은 이들 두 물리학자 같은 사람들의 공이다. 이들의 수상이 우주에 관한 일반 사람들의 관심을 높이는데 일조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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