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릴 적 성탄절 아침 눈을 뜨면, 머리맡에 산타로부터 온 카드와 선물이 놓여 있었다. 카드를 열면서 그것이 엄마의 글씨라는 걸 단번에 알았지만, 선물은 우리를 마냥 기쁘게 했다.
지난 성탄절과 연말에는 어떤 선물들을 받았을까? 아이들이 보낸 따뜻한 정성이 담긴 성탄절카드, 친구들에게서 온 예쁜 카톡메시지와 이메일, 지인들이 보내온 뜻밖의 과일 선물들…… 잊지 못할 선물들과 메시지들로 따뜻한 연말을 보냈을 것이다.
나는 미국에 온 이후로 매년 부모님으로부터 연하장을 받는다. 말이 연하장이지 거의 편지다. 전화로 다할 수 없는 말들을 우체국 연하장에 빼곡히 쓰셔서 매년 우리 가족 모두 각자에게 보내주신다. 그 성의가 어떤 것인지 너무 잘 안다. 죄송하면서도 반갑게 매해 받았던 카드를 올해는 받지 못했다.
지난해부터 건강이 좋지 않으시다. 예전에 이사하는 날이면 아버지는 이삿짐센터 사람들보다 더 일찍 우리 집에 오셨다. 이사를 도와주고 싶으신 마음 반, 새로 가게 될 집이 궁금하신 것 반. 해는 잘 들어오는지, 동네가 시끄럽지는 않은지, 아이들 학교는 가까운지…… 등등을 생각하시며, 이사하는 내내 동네를 살피셨다.
그렇게 궁금하신 분이 내가 미국으로 이사하고는 한번 오지를 못하신다. 오시기로 한 전날 쓰러지시는 바람에, 응급실을 다녀오시고는 걱정으로 엄두를 못 내신다. 그런 아버지를 두고 엄마 또한 못 오시는 거다. 엄마는 또, 봄만 되면 많이 힘들어하신다. 마음이 여느 때보다도 적적하신가 보다.
한 해를 아버지 옆에서 살뜰히 챙기시고 나면, 모든 피로와 남모를 외로움을 봄에 다 드러내시는 것 같다. 꽃피는 봄이 오면 한국에 가서 부모님과 함께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그저 특별한 계획없이 지나가다 들꽃이 예쁘면 들꽃을 보고, 배가 고프면 맛있는 음식도 먹고, 힘들면 쉬면서, 그냥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 해마다 받기만 했던 연하장과 선물 대신, 이젠 자주 찾아 뵈는 걸로 그 동안의 밀린 선물을 대신할까 한다.
연세가 점점 많아지시고 몸도 불편해지시면서 내게 카드도 못 보내주시는 부모님이 마음에 자꾸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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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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