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몇달 전 생일선물로 내가 나를 위해 그토록 갖고 싶던 폴라로이드 즉석 카메라와 20매의 필름을 구매했다. 사진을 찍는 그 자리에서 바로 물리적 카피가 내 손안으로 얻어질 수 있다는 것, 이 세상에 단 한장의 오리지널만이 만들어진다는 점이 매력적인 것 같다. 이 카메라를 갖게 된다면 옛날부터 해보고 싶었던 것이 하나 있었다. 어느 순간 어디에선가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있는 모습을 볼 때면 너무나도 아름다운 순간을 보고 지나치기가 아까울 때가 많았는데, 그 순간을 즉석으로 캡처해서 그 사람들에게 다가가 선물이라며 건네주고 싶은 로망이 있었다. 나의 머릿속으로만 그리던 낭만적인 장면을 실현시키기 위해 필요한 도구는 바로 이 즉석카메라였다.
그래서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마음을 크게 먹고 이 카메라를 들고 집을 나섰다. 지나가는 사람 누구나 예쁘게 사진을 찍어주고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하며 건네주고 싶었다. 그런 나의 맘을 이해해준 나의 친구와 어디가서 일을 벌릴까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이 어딜까 찾아보다가 가까이에 있던 마켓 쪽에 가보았다. 커피샾에도 가보고 마켓에 들어갔는데 크리스마스날이라는 것과는 상관없이 서서 일하시는 많은 분들이 계신 모습에 마음이 아파왔다. 그래서 사진 찍기는 다음으로 기약하고 친구의 신선한 제안으로 사뭇 비슷하지만 다른 일을 생각해 냈다.
우리는 무엇으로 할까 고민하다가 대부분 모든 분들이 좋아하실 것 같은 유기농 깐 알밤 패키지 여러개를 잔뜩 샀다. 그리고 마켓 시식코너에서 일하시는 모든 아주머니들 한분 한분께 하나씩 드리기 시작했다. 괜히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받거나 오히려 무례한 행동으로 보시고 오해하시진 않을까 걱정이 앞섰지만 오로지 나의 순수한 마음만이 비춰지길 기도하는 마음으로 떨려오는 걸음을 뗐다.
선행에 대해 말로만 하고 글로만 남기고 생각만 하는데에 그치지 않고 작게나마 실천해 보았더니 그 댓가는 생각보다 배로 돌아왔다. 물밀듯 밀려오는 기쁨과 감동, 통쾌함이 있었다.
‘누구세요?' '저 아세요?’ 혹은 ‘이걸 왜 주세요?’라고 물으시며 처음에는 어리둥절하시다가도 진심은 통한다더니 그분들 얼굴에는 금새 아름다운 미소가 번져졌다. 내 눈으로 직접 목격한 그 미소와 눈빛의 변화는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크리스마스잖아요,’ ‘드리고 싶어서 방금 여기서 산 거에요,’ ‘따뜻한걸 못드려서 죄송해요,’ ‘밤 좋아하세요?’, ‘크리스마스인데 일하시는 거 보고 드리고 싶었어요’라며 대답했다. 순간 순간 눈물이 차오를 것 같은 것을 겨우 참았다.
크지 않은 돈, 약간의 용기, 길지 않은 시간을 들였을 뿐인데도 내 마음을 치며 부어진 기쁨과 감동은 상상했던 것보다 컸다. 그중 어떤 분은 재빨리 나가던 우리를 마켓 밖에 까지 쫓아나오셔서 손을 붙잡고 등을 두드려주시며 한참동안 칭찬을 아끼지 않으시며 예뻐해주셨다. 그렇게 대단한 일을 한게 아니라서 부끄러워질 만큼.
그래서 오늘로부터 앞으로는 특별한 빨간날이 아니어도 이런 random acts of kindness(랜덤한 친절함)는 계속 되어야 한다! 이 다음엔 New Year's Eve 에 하고, 생각이나고 기회가 될 때마다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비교해 보았을 때, 생각만 하는 것과 실천하고 실현시키는 체험적 경험은 달라도 제대로 다르다는 것.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이 통쾌함을 몸소 느껴보길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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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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