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일년에 세 번 제사를 지낸다. 시부모님과 친정아버님 제사가 그것이다. 우리 아이들은 제삿날이면 어릴 적 손님맞이와 다양한 제사음식에 대한 기대로 마음 설레였던 나처럼 들뜨곤 한다.
‘제사’는 맏아들이 지내야 한다는 전통적 관습 때문에 맏며느리 자리를 기피하는 사회풍조가 만연되어 매우 부정적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고인을 추모한다’는 본질을 지키면서 사회변화에 맞추어 현실적으로 제사를 지켜간다면, 오히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게임 등 고도의 기술발달로 인해 인간의 개별화로 인간관계가 희박해져 가는 사회 속에서 조상이 주신 ‘만남의 선물’이라 생각한다.
나는 맏며느리도 아니고, 아들도 아니면서 시부모님과 친정아버님의 제사를 지낸다. 물론 친정아버지의 제사는 한국에 있는 형제자매들도 지내고 있지만, 그 자리에 함께 할 수 없으니 따로 아버지를 추모하는 것이다. 또 시어머니 댁에서 시아버지 제사를 모시다가 시어머니께서 편찮으시면서 그 상황에서 제사상을 차릴 수 있는 여력이 있었던 며느리였기 때문에 셋째 며느리이지만 봉제사를 자원하여 내가 시부모님 제사를 지내게 되었다. 이는 평소 출생순위나 아들딸 상관없이 마음과 능력 되는 자녀가 모실 수 있어야 한다는 기본 신조의 실천이었고, 거기에 가족이 모이는 걸 매우 좋아하는 우리 아이들의 뜻에 부응하는 자식바보 엄마의 결과이기도 하다.
물론 제사준비로 인해 긴장이 가중되고 피곤한 것도 사실이지만 아무것도 안하고 사는 것이 행복한 것은 아니며, 힘은 들지만 무언가 도모하여 기쁨을 창출하고 행복이 된다면 더 없는 가치와 의미가 있다고 본다.
제사의 긍정적인 면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바쁘게 사는 가운데 가족이 한 자리에 모이는 좋은 기회가 된다. 물리적으로 멀리 있으면 마음도 소원해지기 마련이다.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있듯이 자주 만나면 정과 추억이 깊어질 수 있는 인간적인 삶을 추구할 수 있다. 둘째, 집안 구석구석 대청소의 찬스가 아닌가. 셋째, 평소에는 바빠서 생략해 오던 다양한 특별 메뉴의 저녁상을 대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 집 제사는 내가 주된 준비를 하고 다른 형제들 가정에서도 제사음식을 한가지씩 마련하여 차린다. 또 내가 직장을 다니게 되면서 날짜를 앞당겨 주말에 지낸다. 이렇듯 상황에 따라 바꾸어 가니 심적 부담은 줄고 오히려 가족 화목의 초석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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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로니카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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