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생기고 난 뒤엔 뉴스란에서 아이와 관련된 기사만 보면 가슴이 떨린다. 아직 때묻지 않은 아이들이 신문지상에 나올 때는 어른들의 실수나 잘못된 행동으로 인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아동학대로 고통받는 아이들에 대한 기사를 볼 때면 내가 어른인 게 몸서리처지게 싫다. 인간이란 원래 약한 존재니 실망할 것도 놀랄 것도 없다고 하지만, 그 약하디 약한 아이들을 힘으로 억압하려고 했던 어른들의 마음엔 도대체 어떤 괴물이 살고 있었던 걸까 하는 생각에 씁쓸하다.
아동학대의 가해자는 80퍼센트 이상이 부모라고 한다. 또 모든 경우에 그런 건 아니지만, 아동학대의 가해자 중에 어렸을 적 학대를 당한 경험을 한 사람이 많다고 한다. 최근 부천에서 아들을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하고, 그 시신을 유기한 아버지는 경찰 조사에서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체벌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또 지난달 몸무게가 16kg밖에 안나가던, 학대에 못이겨 탈출한 11살 소녀의 아버지 역시 어릴 적 의붓아버지로부터 심한 체벌을 받았다고 한다. 폭력을 당연하게 여긴 가정 분위기에서 성장한 아이들이 성장해서 또 다른 폭력과 비극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사랑만 하기에도 부족한 꽃같은 자신의 아이들에게.
며칠 전 들은 육아 팟캐스트에서 진행을 맡은 소아정신과 의사의 말에 의하면 아이들이 잘못된 행동을 했다고 체벌을 가하면, 그 아이들은 남이 잘못된 행동을 하면 때려도 된다고 생각하게 된다고 한다. 체벌을 비롯한 부모의 폭력 행위가 아이들이 성장과정에서 겪는 학대와 폭력의 씨앗이 되는 셈이다. 아이들의 잘못된 행동을 가르는 어른들의 판단에는 구멍이 있을 수 있고 사소한 폭력도 아이들의 마음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어른들은 아이의 모든 순간을 대할 때 항상 관심과 사랑이 담긴 말로 해야 한다.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다. 나는 더 나아가 한 사회에서 아동이 겪는 일들은 그 사회의 성숙도를 반영하는 지표라고 생각한다. 있어서는 안되는 아동학대를 근절하려면, 어른들은 가정 안에서 사회 안에서 그리고 스스로의 마음속에서 아주 사소하고 작은 폭력도 용납하지 않도록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어른들이 자기 마음속의 괴물들을 물리칠 수 있을 때 학대의 대물림이라는 악순환을 고리를 끊을 수 있을 것이다.
<김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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