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스텔라 / 음악 칼럼니스트
오페라 시즌티켓을 버릇처럼 20년 넘게 챙겨왔는데 점점 안 가게 되는 회수가 많아진다. 대부분의 오페라는 3-4시간 걸리는 긴 음악회 이고, 트래픽이 심한 시간에 샌프란시스코까지의 운전이 점점 꾀가 난다. 또 내 자리는 극장의 높은 좌석이라 무대를 보려 고개를 빼고 옆 사람에 방해될까 기침도 조심 움직이는 것도 조심하는 긴장감으로도. 또 되풀이되는 레파토리가 마음에 안 드는 싱어들이 나오면 등등의 사정과 이유가 늘어진다.
몇 년 전부터 뉴욕 메트로폴리탄(NY MET)오페라가 동 시간 라이브로 동네극장에서 공연을 하게 되면서 세계최고의 프로덕션 최고의 가수들을 만나게 되었다. 동네극장으로 오페라를 보러가는 재미가 솔솔 한 것은 몇 가지 자유스러움 때문이기도 하다. 편안한 옷차림에 팝콘과 음료수를 옆자리에 놓고 먹고 마시는 것. 커다란 HD 화면에 싱어들의 세세한 표정들, 무대 뒤의 얘깃거리들이 너무 재미있고 친근한 것 등등 놓치기 싫은 몇 가지들로 자주 찾게 된다.
엊그제 마침 보고 싶던 오페라를 동네극장에서 만났다. NY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는 100년 만에 비제의 오페라 진주 조개잡이(원제“Les Pecheurs de Perles”)를 2015-16시즌에 무대에 올렸다. 오케스트라 지휘자 Noseda의 코멘트는 흥미로웠다. “악보를 몇 장 들쳐보니 온통 진주 덩어리들이 잔뜩 있더라. 그 많은 진주들을 잡으러 깊이깊이 헤엄쳐서 들어간다.”는 얘기가 너무 재미있고 또 싱어들은 “이 오페라는 올가닉 작품이다”고 찬사를 보낸다.
무대가 이색적인 남아시아 세일론(지금의 스리랑카) 물론 가상의 지역과 시대라 하지만 설정과 극본의 말들이 너무 아름다운데 음악은 더 아름답다는 캐스트들의 말은 가상이 아닌 진실. 너무 아름다워서 오히려 싫증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름다움이 겹치고 겹쳐도 감동이 짙어질 뿐 싱어들의 노래가 거의 흠 잡을 데가 없는 것. 그중에도 백미 중의 백미는 테너의 아리아(“Je crois entendre encore”귀에 익은 그대음성)의 피아니시모에 자지러지듯이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 콜로라투라의 끊이지 않는 프레이징의 처리가 너무 유연하고 고음의 기교로 알던 콜로라투라가 너무 자연스러워 부드러운 멜로디로 들렸다.
그러나 이 오페라를 통해 가장 유명한 아리아는 연주회에서도 많이 연주되는 테너와 바리톤의 듀엣(“Au Fond Du Temple Saint “신성한사원에서) 으로 클래식 연주가들은 물론 대중 음악가들도 부르는 파퓰러한 노래가 되었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한번쯤은 다 들었을 것이다.
가장 많이 연주되고 대중의 사랑을 받는 오페라 칼멘도 비제의 작품이고 아름다운 아리아들이 많지만 이 오페라는 정말 진주 같은 아리아들이 반짝이고 있다. 관능적이고 야성적인 칼멘의 사랑이 극적인 재미와 인기를 얻고 있다면 진주 조개잡이는 우정과 사랑의 약속을 지키는 업그레이드된 사랑 얘기라 할 수 있겠다.
천재지변을 운명으로 밖에 받아드릴 수 없는 섬사람들에 힌두의 무신녀로 섬에 오게 된 레일라와 연인인 나디르 그의 친구 주르가의 우정. 우정과 두 사람이 같은 여인을 사랑하여 엮인 사랑, 배반, 복수를 베이스로 얽히다가 주르가의 희생과 용기로 우정과 사랑을 지키는 아름다운 얘기에 걸 맞는 아름다운 음악이 함께 승화한다.
좋은 프로덕션 최신의 기술진 훌륭한 감독 최고의 배역들 훌륭한 오케스트라와 열정적인 지휘자의 호흡도 최상의 좋은 연주를 위한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가 선택하는 오페라 들이다. 우리도 비제의 그 진주들을 찾아 깊은 물속으로 한없이 들어가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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