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 속의 요순시대는 태평성대의 상징이다. 요와 순은 현명한 군주였지만 그 아들들은 그러지 못했다. 요 임금이 어리석은 아들을 사람을 만들어 보겠다고 생각해낸 것이 바둑이라고 한다. 요임금은 결국 바둑으로도 아들 교육에 실패하자 왕위를 농부의 아
들이지만 덕이 있는 순에게 물려줬다.
바둑에는 인생과 우주의 오묘한 이치가 담겨있다. 바둑이 생긴 지 수 천 년 동안 한 번도 같은 판이 되풀이 된 적이 없으며 앞으로 두어질 바둑판의 숫자는 우주에 존재하는 원자의 수보다 많다고 한다.
컴퓨터의 발달로 인공지능의 수준이 향상되면서 모든 분야에서 인간의 능력이 도전받아 왔지만 바둑만은 예외라는 게 정설이었다. 경우의 수가 너무나 많기 때문에 이를 모두 헤아려 인간과 싸워 이긴다는 것은불가능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이상은 아니다. 지난 9일 서울에서 열린 인공 지능 ‘알파 고’와 이세돌 간의 시합은 이세돌의 치욕적인 불계패로 끝났다. 단순히 진 게 문제가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알파고’는 침착을 잃지 않은 냉정한 응수로 반격의 기회를 주지 않았다.
1968년 체스의 고수였던 데이비드 레비는 10년 안에 컴퓨터가 자신을 이기지 못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10년 동안은 그 약속이 지켜졌지만 1988년 IBM이 만든 ‘깊은 생각’ (Deep Thought) 체스 챔피언인 벤트 라슨을 꺾었고 1997년 역시 IBM이 만든 ‘깊은푸름’ (Deep Blue)은 세계 체스 챔피언인 가리 카스파로프를 물리쳤다.
돌이켜 보면 컴퓨터가 체스는 이겨도 바둑에서만은 인간을 이기지 못하리라는 생각은 희망사항에 불과했다. 컴퓨터의 지능은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지만 인간의 지능은 산술급수적으로 발전하기도 어렵다. 바둑이 체스보다 수천조배 복잡하다 한들 컴퓨터가 이를 극복하는 것은 그야말로 시간문제이기 때문이다.
구 글 이 만 든 ‘알파 고’와 현재 바둑계의 최강자인 이세돌과의 싸움이 컴퓨터의 승리로 끝났다는 사실은 바둑뿐 아니라 앞으로 펼쳐질 미래의 세계에 관해 시사하는 바가 크
다. 현존하는 바둑의 최고수를 이길 정도의 지능이라면 차를 몰고 외국어를 번역하는 것쯤은 문제가 안 된다. 인공지능이 할 수 없는 일이 거의 없는 시대가 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게된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지금도 하이텍과 자동화로 사라져 가고 있는 일자리는 더욱 줄어들 것이고 인공지능을 통제하는 가진자와 이로 인해 일자리를 박탈당한 없는 자 사이의 거리와 갈등은 더욱 커질 것이다.
이세돌은 ‘알파 고’와 아직도 네 판의 바둑을 더 남겨두고 있다. 5전 전승을 거둘 것이란 장밋빛 전망은 이제 완패라도 면해 인간의 체면을 세워달라는 절박한소망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이세돌 9단의 분발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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