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악, 공포감, 집단적 멘붕. 이세돌의 승리를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정작 뚜껑이 열리자 알파고의 거침없는 질주였다. 천재임을 일찍이 보여주었다. 중반전에서는 9단을 넘어 13단의 경지에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 이세돌이 속절없이 무너지자 나온 반응이다.
뭐랄까. 악의 화신 다스 베이더같다고 할까. 터미네이터 같다고 할까. 1분도 채 안 되는 짧은시간에 수 만 가지 경우의 수를 헤아리는 가공할 파워를 지녔다.
그러나 이세돌은 그 알파고와의 승부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승점을 따냈다. 그러자 뒤따른 것은 환호의 물결이었다. 인공지능과 인간의 대결. 무엇이 승부의 명암을 갈랐나.
바둑은 수담(手談)으로 불린다.
바둑엔 반드시 상대가 존재한다. 오고 가는 수를 통해 상대의 마음을 읽고 승부 호흡을 느끼며 반응하는 게임이다.
그런데 한 가지 역설이 존재한다.
상대를 의식하지 말라는 거다. 승부란 상대를 의식하는 그 순간 사(邪)가 끼어든다. 강자에겐 두려움을 느끼고 약자 앞에선 교만해진다. 이것이 집중력을 떨어뜨린다. 때문에 반전무인(盤前無人)의 자세를 최고의 경지로 친다.
이 점에서 알파고는 이미 유리한 입장에 있었던 것이 아닐까. 상대가 보통수준의 프로 기사든 당대의 최고 기사든 대국에 임하는 자세는같다. 마음이라는 것이 없으니 마음을 비울 필요도 없다. 그러면서 최선의 수만 찾아가는 것이 알파고다.
그 무심한 알파고 앞에서 인간 이세돌은 무너졌다. 베이고 부러지는 상처를 입은 것이다. 그 고통의 끝은 무엇이었을까. 텅 빈 마음이란 생각이다. 마치 회복기의 중환자가 어느 날 맑은 햇살이 비쳐드는 창문을 통해 내다볼 때 새로운 세상을 발견 하듯이.
그러자 펼쳐진 것이 감동의 드라마다. 반전무인의 경지가 반전을 불러온 것이다.
마음을 비운다. 정치인이. 그럴 때보이는 것은 무엇일까. 민초의 마음.
시대정신. 이런 게 아닐까. 이런 면에서 눈여겨 볼 필요가 있는 것은 김종인의 질주 같다.
빈사상태에 있었다.
4.13총선 패배는 기정사실로 보였다. 그 더불어민주당의 지지도가 무서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이 공천갈등에서 헤매고 있는 상황에서 과감한 새인재 영입을 통해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 변화의 중심에 있는 것이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다. 그의 판단은 상당히 객관적이며 상식적이다. 정치판을 바라보는 시각이 정치인보다 일반 국민에 더 가깝다. 어디서그런 능력이 나왔나.
정치인이 아니기 때문일 수 있다.
정파의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롭다.
권력에 대한 의지도 강해 보이지 않는다. 기존 조직이 반발하면 언제라도 나가겠다는 태세다. 그러면서 전통적 야당의 우군인 노조 등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쓴 소리를 한다.
다른 말이 아니다. 다른 기성 정치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마음을 비웠다. 사가 덜 끼인 그 마음가짐이 총선정국을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반전무인의 자세로 임하라. 난마와 같이 얼크러진 정치권에 대해 이세돌이 보여준 충고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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