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의 별명은 한 때 ‘멍청당’((the Stupid Party)이었다. 리버럴 성향의 미국 지식인들이 비즈니스 리더와 백인 중산층으로 주로 구성된 공화당을 비꼬아 부른 말이다.
실제로 미국 지식인들의 성향을 보면 압도적으로 민주당이다. 대학 교수와 언론인은 70% 이상, 문인, 음악가, 미술가 등 예술인과 할리웃으로 통칭되는 영화계 종사자의 90%는 민주당이라고 봐도 된다.
이렇게 된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1929년 대공황 이후 집권한 프랭클린 루즈벨트 이후 민주당은 문화 예술인들을 우대했고 이들은 모든 인간이 빈곤과 실업의 공포에서 해방된 사회를 만들겠다는 민주당 정권의 이념에 공감하고 정책에 적극 협조한 점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그 후 장장 30년 이상 지속됐던 민주당과 지식인의 미국 사회에서의 주도적 지위는 케네디 존슨 행정부가 월남전에서 죽을 쑤며 흔들리기 시작됐다. 80년 레이건의 승리와 함께 장기 집권에 들어간 공화당은 경제적으로는 밀튼 프리드먼과 프리드리히 하이엑 같은 학자들의 이론을 바탕으로 규제 감소와 감세, 자유 무역 확대 등을 통해 미국 경제를 살렸다.
사회적으로도 가난의 근본 원인은 정부 보조가 적어서가 아니라 미혼모와 사생아의 폭증 등 사회 가정적 파탄이라는 찰스 머리, 토마스 소월 같은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웰페어 개혁을 추진했다. 1992년 빌 클린턴이 대선에서 이길 수 있었던 것도 이런 공화당의 주장을 대폭 수용한 ‘신 민주당원’으로 다시 태어나고서야 가능했다.
그 후 다시 20여년이 지난 지금 공화당은 다시 ‘멍청당’으로 회귀하려 하고 있다. 반이민, 반여성, 반회교도, 반장애자적 막말 외에 머리 속에 든 거라고는 아무 것도 없는 도널드 트럼프를 대선 선두주자로 택한 것이 그 단적인 증거다.
그런 인물이라도 뽑아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면 또 모른다. 그에 대해 반감을 가진 유권자는 공화당에서만도 65%에 달한다. 그가 본선에서 힐러리와 맞붙는다면 대선 참패는 물론이고 연방 상원 다수당 지위는 물론 하원까지 내줘야 할 상황이다. 그럼에도 공화당 지도부와 다른 후보들은 속수무책으로 그의 상승을 지켜봐 왔다.
마지막 공화당 예선인 가주 예선을 한 달 여 남겨 놓은 지금 존 케이식과 테드 크루즈가 반 트럼프 연합 전선을 펴기로 했다고 한다. 크루즈가 경쟁력 있는 인디애나에서는 케이식이 선거 운동을 하지 않고 케이식이 유리한 오리건과 뉴멕시코에서는 크루즈가 가만히 있는다는 작전이다.
이제 와서 그래 봐야 늦었다는 비판도 있지만 ‘늦는 것이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Better late than never)라는 속담도 있다.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되는 것만도 미국의 망신 중의 망신이다. 지금은 지각이 있는 모든 미국인이 그의 후보 지명을 막기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태야 할 때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