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 사이 미국 식품업계에서 일어난 가장 두드러진 변화 가운데 하나는 그리스식 요구르트의 식탁 점령이다. 2007년만 해도 미국 요구르트 시장에서 그리스식이 차지한 비율은 겨우 2%였다. 하지만 지금은 무려 50%의 시장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이런 놀랄만한 변화의 한가운데 서 있는 제품이 ‘초바니’(Chobani)다.
초바니는 한인들도 많이 먹는 친숙한 제품이다. 이 제품이 시장에 나온 것은 불과 9년 전이다. 터키에서 미국에 공부하러 왔던 함디 울루카야라는 청년이 ‘형편없는’ 미국식 요구르트에 실망, 고향의 맛을 재현하겠다며 맨땅에 헤딩하듯 시작한 것이 초바니 생산이었다. 초바니는 터키어로 양치기를 뜻하는 ‘초반’에서 따왔다.
터키에서 모셔온 요구르트 전문가와 4명의 직원으로 만들기 시작한 초바니는 양과 염소의 젖을 발효시킨 것으로 기존 요구르트보다 단백질 함량이 높으면서 탄수화물 함량은 매우 낮은 것이 특징이다. 비만이 골칫거리가 되고 있던 사회적 분위기와 맞물리면서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연 수백%씩의 성장을 거듭한 끝에 한해 매출이 10억달러에 달하는 요구르트 업계의 자이언트로 우뚝 섰다.
그런 초바니가 26일 또 한 차례 화제가 됐다. 울루카야 CEO가 회사지분의 10%를 직원들에게 나눠주기로 했다는 뉴스 때문이었다. 이날 초바니의 2,000명 풀타임 직원들 전원에게는 개인별로 배당된 주식수가 담긴 하얀색 패킷이 전달됐다.
초바니의 현 기업가치는 30억달러에서 50억달러 사이로 추산된다. 30억달러로만 계산해도 직원들에게는 평균 15만달러 상당의 주식이 배당된 것이다. 근속연한에 따라 차등 배당된 만큼 오래된 직원들은 100만달러 이상을 챙기게 됐다. 물론 주식은 초바니가 상장되거나 다른 기업에 팔릴 때 현금화 할 수 있다.
미국사회의 양극화와 CEO-일반직원간 임금 격차가 날로 심해지고 있는 가운데 들려온 이 뉴스는 그래서 더 산뜻하다. S&P500 상장기업 CEO의 평균연봉은 일반직원들보다 무려 331배나 높은 것으로 지난해 한 보고서에서 밝혀진바 있다. 많은 기업인들이 탐욕 때문에 욕을 먹고 있는 가운데서도 성장의 실과를 직원들과 함께 나누려는 경영자들이 있다는 걸 확인하는 건 언제나 기분 좋은 일이다.
그러나 같은 날 한국에서는 전혀 상큼하지 않은 기업인 관련 뉴스가 들려왔다. 천문학적 액수의 적자로 휘청거리는 한 해운기업의 전 회장이 회사는 수조원 손실을 입는 가운데서도 100억 가까운 연봉을 챙기고 자율협약 결정 발표 직전 자신의 주식을 전량 팔아치웠다는 것이다. 회사는 어찌되든 자신의 이익부터 챙기겠다는 탐욕과 도덕적 해이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초바니의 울루카야 CEO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에게 세상에는 두 종류 사람들이 있다. 초바니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다.” 직원들에 대한 애정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울루카야의 표현을 빌려 직원들 입장에서 경영주들을 묘사해 본다면 이렇지 않을까 싶다. “우리에게 세상에는 두 종류의 경영주가 있다. 초바니 CEO 같은 경영주와 자기 것 챙기는 데만 열심인 경영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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