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에 목이 말라 냉장고를 열어보니/ 한 귀퉁이에 고등어가 소금에 절여져 있네/ 어머니 코고는 소리 조그맣게 들리네/ 어머니는 고등어를 구워주려 하셨나보다 …나는 내일 아침에는 고등어구일 먹을 수 있네 …”
7080 록밴드 산울림의 김창완이 노래한 ‘어머니와 고등어’의 가사이다. 한국에서 성장기를 보낸 중년의 1세들에게 ‘어머니’ ‘고등어’ 하면 대개 떠오르는 추억이 있다. 버스에서 내려 어둑어둑한 골목을 지나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면 집안 가득한 생선 굽는 냄새, 부엌에서 들려오는 어머니의 음식 장만하는 소리 … 집에 대한 가장 보편적 기억 중의 하나이다. 집은 어머니가 있는 곳, 따뜻한 음식이 있는 곳.
한국이 가난하던 시절, 서민 가정의 어머니들에게 식재료 선택의 폭은 넓지 않았다. 장 보러 가서 값싸고 영양 많은 재료를 고르다보면 장바구니에 담기는 것은 으레 꽁치 아니면 고등어. 그 시절 청년 김창완 집의 밥상도 다른 집의 밥상도 별로 다르지 않았다.
값이 싸서 인기 높던 고등어는 이후 건강식품으로 재평가를 받았다.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한 등 푸른 생선의 대표주자로서 고등어는 영양 많고 건강에 좋으니 많이 먹으라고 의사도 영양학자도 적극 권장했다. 쇠고기, 돼지고기 등 육류에 많은 포화지방산은 동맥경화 등 성인병 위험을 높이지만 불포화지방산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고 심장질환, 동맥경화, 고혈압 등의 성인병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고단백으로 발육을 돕고 DHA가 풍부해 두뇌활동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성장기 어린이들에게도 고등어 반찬은 ‘강추’ 되었다. 고등어의 인기는 한국에서 대기오염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다시 한번 높아졌다. 고등어의 오메가-3 지방산이 기도 염증 완화, 폐질환 예방과 치료 효과가 있다고 해서 황사 날리는 날, 미세먼지 심한 날이면 주부들의 단골 메뉴가 되곤 했다.
말 그대로 한국의 ‘국민 생선’ 고등어가 요즘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었다. 고등어 가격이 지난 2주 사이 20%나 뚝 떨어졌다.
발단은 지난달 23일 환경부가 발표한 보고서였다. 환경부의 취지는 단순했다. 주방에서 조리를 하면 초미세 먼지가 다량 배출되니 반드시 창문을 열고 환기를 하라는 권고였다. 그런데 이를 증명하기 위해 고등어구이, 삼겹살 볶음, 계란 프라이, 볶음밥, 돈가스 등 5가지 요리를 하면서 실내 미세먼지 농도를 조사한 것이 보고서의 초점을 엉뚱한 곳으로 몰고 갔다.
고등어구이 때 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높다는 결과가 발표되면서 모든 화살이 고등어로 향했다. 미세먼지 잡는 줄 알았던 고등어가 알고 보니 ‘미세먼지의 주범’이라는 식. 고등어 소비가 줄고, 고등어 생산단체 대표들이 환경부로 찾아가 항의를 하고, 환경부는 ‘오해’라며 고등어 소비촉진 행사를 약속했다.
어떤 요리든 불에 태우면 자욱한 연기가 발생하고 그것이 미세먼지라는 사실은 누구나 아는 일. 사람이 창문 열지 않고 고등어만 탓하니 고등어는 억울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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