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다. 3월인가 4월인가부터였나... 우연히 보게 된 한 음악프로를 통해 전에 느껴보지 못한 야릇한 감정을 경험하게 됐다. 나의 음악 취향은 평범한 40대 아줌마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조용한 발라드나 트로트 정도이다. 시끄러운 음악은 귀 따가워 늘 아이들과 차를 함께 타면 노래 선곡 때문에 싸우는 일이 종종 있었다.
지금은 저마다 각자 귀에 이어폰을 끼고 스마트 폰으로 노랠 들어 싸울 일이 없지만 말이다. 이랬던 내가 한 음악프로를 통해 복면을 쓴, 얼굴도 모르는 한 가수의 노래를 통해 야릇한 감정의 여행을 시작하게 된다.
처음 그 가수가 나와서 부른 곡은 김종찬의 ‘토요일은 밤이 좋아’이다. 그래 이 노래 대학교 때 참 많이 들은, 귀에 익은 노래이다. 그러나 그땐 그렇게 좋아하진 않았다. 그런데 이 가수가 부르니 마치 토요일 밤 클럽에서 맘에 드는 남자를 만난 것 같은 설레임이 들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 다음 그가 부른 신해철의 ‘민물장어의 꿈’은 설레이게 만든 그 사람에 대한 짝사랑으로 애닳아하는 한 여인의 마음을 느끼게 된다. 그 이후로 가왕자리를 확정짓는 노래에선 격정적인 락으로 그 여인의 마음을 사로잡는 카리스마 넘치는 한 남성을 본다. 이렇게 매주마다 하는 노래 경합에서 그는 여러 장르의 노래를 통해 이야기를 만들어 관객들에게 전해준다.
때로는 부드럽고 달콤하게 속삭이며 마음을 달래기도 하고 때론 늠름하고 박력있는 목소리로 그냥 기대고 있음 모든 근심걱정이 뻥 하고 사라져 버릴 것 같은 그런 전율과 희열을 느끼게도 해준다. 그뿐인가, 그의 맑은 목소리로 인해 천진난만하게 노는 장난꾸러기 아이들의 모습도 보게 된다.
정말 예전엔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경험을 나이 40이 훌쩍 넘어서야 가져본다. 그가 몇개월동안 벌였던 노래 경합동안 그 가수의 노래를 통해 난 사랑에 빠져보고 실의에도 빠져보고, 그 목소리로 위로도 받기도 하고 또 발끝에서 머리까지 짜릿한 전율을 느끼는 희열도 경험했다.
목소리 하나로 사람의 여러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게 너무도 신기하다. 정말 대단한 목소리를 가진 사람이 아닐 수 없다. 덕분에 난 지금 하드 락에 흠뻑 빠져 있다. 지금 이글을 쓰는 순간에도 듣고 있다. 어느새 노래에 몸을 맞기고 헤드뱅잉을 자연스럽게 하는 내 모습을 보며 피식 웃음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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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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