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년 위기 계기로 부실 금융회사 정리절차 갖춰
▶ “미 예보 성공요인은 독립성·충분한 권한”

방한한 마틴 그룬버그 의장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28일 오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대강당에서 마틴 그룬버그 美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의장이 공사직원을 대상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수습 경험과 예보의 역할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2016.7.28 scape@yna.co.kr
미국의 3대 금융규제 기관인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의 마틴 그룬버그 의장이 "금융위기가 다시 온다면 (2008년 위기 때처럼) 공적자금을 투입해 납세자가 비용을 부담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위기 이후 금융회사가 도산하더라도 납세자에게 전혀 부담이 없도록 정리하는 시스템을 갖췄기 때문에 또다시 위기가 찾아오면 금융회사가 망하도록 둘 수 있다는 것이다.
28일 한국 예금보험공사 초청으로 방한한 그룬버그 의장은 예보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에서 "2008년 위기 때는 대형 금융기관(SIFI)들이 도산하리라 예상하지 못했으며, 도산 은행들의 정리절차를 제대로 관리할 권한과 능력이 없어 공적자금을 투입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룬버그 의장은 2005년 FDIC에 부의장으로 부임한 이후 이달 7일(이하 한국시간) 방한한 실라 베어 전 FDIC 의장과 함께 글로벌 금융위기를 수습했다. 2012년부터는 6년 임기의 의장으로 재직 중이다.
그는 "금융위기 이후 FDIC가 했던 모든 일은 위기 재발과 반복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며 "대형 금융기관의 위험 자본, 차입 관련 요건과 파생상품 규제를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FDIC는 대형 은행이 최악의 사태를 맞아 파산할 경우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미리 시나리오를 세워놓는 '정리의향서(living will)' 제도도 도입했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가 비상계획 없이 파산하면서 사태가 급격히 악화됐다고 보고, 파산 시나리오를 만들어 사회적 피해 최소화를 꾀하고 있다.
파산해도 지속적으로 핵심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유동성을 확보하는 게 핵심이다.

마틴 그룬버그 의장 특별강연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28일 오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대강당에서 마틴 그룬버그 美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의장이 공사직원을 대상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수습 경험과 예보의 역할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2016.7.28 scape@yna.co.kr
그룬버그 의장은 "건전성 감독기준을 강화해 위기 재발 확률을 낮췄기 때문에 만일 위기가 또다시 찾아온다면 2008년에 비해 대응 능력이 나아져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룬버그 의장은 금융위기를 계기로 만들어져 2010년 발표된 도드-프랭크법(금융개혁법)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이 법은 대형 투자은행을 비롯한 미국 금융기관들의 재정 건전성을 강화하는 등 규제 강화를 골자로 한다.
그룬버그 의장은 "이전에는 납세자의 돈으로 구제금융을 제공하든지, 금융시스템이 붕괴하도록 내버려 두던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으나 도드-프랭크법이 발효된 후 유의미한 변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해 관계자들이 손실을 분담하고, 경영에 실패한 경영진이 책임을 지고 교체되며, 금융기관이 정리·청산절차에 돌입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갖춰졌다는 설명이다.
FDIC가 여러 차례의 위기를 거치며 성공적으로 기능할 수 있었던 요인을 그룬버그 의장은 독립성과 충분한 권한으로 꼽았다.
그는 "1930년대 대공황, 1980년대 말 저축대부조합 사태,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며 FDIC는 포괄적 권한을 갖게 됐다"며 "게다가 독립적 이사회·재원을 확보할 수 있는 독립성이 있었기에 주어진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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