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트랩을 내리는 순간 깜짝 놀랐다. 붉은 주단이 깔리고 의장대까지 동원됐다. 뭔가 잘못된 것이겠지. 그게 아니었다. 각료급 인사가 마중을 나왔다. 그는 이런 말도 전했다. 대통령이 직접 영접을 못 해 미안하다. 대신 저녁에 대통령궁에서 꼭 만나고 싶어 한다.
대통령선거에서 패배했다. 2년 후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또 패배였다. 그러자 언론들은 그 패배를 ‘정치적 부음(訃音)’으로 일제히 다루었다. 본인도 그렇게 생각했다. 모든 것을 정리하고 세계일주에 나섰다. 그러다가 프랑스에서의 의외의 영접에 놀란 것이다.
닉슨 회고록에 나오는 얘기다. 당시 프랑스 대통령은 드골. 왜 그토록 융숭한 대접인가. 드골의 설명은 이랬다.
2차 대전 시 자유 프랑스시절 프랑스는 같은 연합국으로부터 수모에 가까운 냉대를 받았다. 그 때 절치부심했다는 거다. 프랑스는 결코 그런 식으로 외국 지도자를 대접하지 않겠다고. 때문에 가난한 아프리카의 정치지도자가 방문해도 의전에 만전을 기한다는 것이었다.
외교, 그것도 의전을 특히 중요시하는 정상외교에서 아주 괴이한 일이 벌어졌다. 무대는 중국의 항저우. 20개국(G 20) 정상회담 참가 차 주요나라 정상들이 속속 도착했다. 그럴 때마다 비행기 트랩에 붉은 주단이 깔리는 의전이 펼쳐졌다.
미국 대통령에게만 그 의전이 펼쳐지지 않았다. 할 수 없이 기체의 뒷문으로 내려왔다. 그뿐이 아니다. 미국기자들은 취재가 제한됐다. 대통령 안보보좌관도 행동을 제지당했다. 여기는 중국이고 중국의 공항이라는 중국 관리의 퉁명스런 소리를 들어가면서.
단순한 실수일까. G 20회담을 앞두고 이 일대의 공장들은 작업이 올 스톱됐다. 항저우 시민에게는 한 주간의 특별 휴가가 주어졌다. 청결유지와 보안을 위해서였다.
그렇게 오래 전부터 철저한 준비를 해왔다. 그런 마당에 그런 실수는 발생할 수 없다. 특히 체면과 의전을 중시하는 중국으로서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이 외교전문가들의 일치된 지적이다. 그러면 왜. 해석이 분분하다. 그렇지만 한 가지로 가닥이 잡혀간다. 오바마 대통령을 의도적으로 홀대함으로써 미국도 우습게 아는 나라 중국의 위상을 전 세계만방에 과시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회담 폐막 사진도 그렇다. 중앙에는 시진핑이 서있다. 바로 옆에는 터키의 에르도안 대통령과 푸틴이 도열해 있다. 몇 걸음 건너 오바마가 서있다. 미국은 더 이상 중요한 국가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흘리고 있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무엇 때문에 열린 회담인지 모르겠다’- 항저우 G 20 정상회담에 대한 총평이다. 그리고 새삼 확인된 것은 중국의 오만한 얼굴이라는 지적이 뒤 따른다.
‘고의적인 미국대통령 망신주기’는 오히려 역반응만 일으키고 있다. 무례함이 지나쳐 저질스럽다고 할까. 그것이 중국외교의 수준이란 사실을 만천하에 드러내서다. 하나가 더 있다. 조용히 확산되고 있는 미국인들의 분노다.
돈푼 좀 만진다고 사방을 흘기며 우쭐대기만 하는 중국. 그 모습이 위태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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