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자(국물을 사랑하는 사람)라는 말을 들을 때 처음엔 내가 그렇게 나라를 위해 한 일이 없는데 왜 애국자라고 할까? 생각을 했었다. 국물을 좋아하는 나를 보고 교장선생님께서 웃자고 표현한 말이다.
둘째를 임신했을 때, 우리 집 자동차 역할을 해 줄 훼밀리아 오토바이가 생겼다. 얼마나 기쁘고 좋았던지 영랑정 한식당으로 큰 애를 가운데 두고 나를 뒤에 태워 남편이 신나게 운전을 해서 갔다. 설렁탕 두 그릇을 시켜 건데기는 그대로고 따끈한 국물은 맛있다면서 순식간에 다 먹었다. 종업원에게 국물을 더 달라고 했더니 주전자에 뜨거운 국물을 듬뿍 담아서 가져다 주었다. 그 후로는 곰국이든 설렁탕이든 국물있는 음식을 먹을 때면 ‘국물 추가’는 기본이었다.
뜨거운 선지 해장국을 먹고 싶어 해장국 하는 식당에 들어갔다. 열심히 국물을 먼저 먹고는 ‘국물 좀 더 주세요’ 했는데 긴 국자에 미지근한 국물을 담아서 갖고 나와 내 그릇에 부어 주었다. 손님에 대한 예의가 없다고 생각하면서 속으로 속삭였다. ‘그 국물 좀 더 주는 것이 뭐 그리 어렵다고…’육개장, 된장국, 김치국 등 웬만한 음식은 다 요리해서 먹는다. 먹성 좋은 우리 가족들이 큰 냄비로 가득해도 금방 뚝딱하고 없어진다.
어느 날 순두부찌개를 해서 먹는데, 남편이 국물 좀 더 달라고 한다. 그 후로 순두부찌개를 하면서 육수를 많이 붓게 되었다. 갈수록 국이든 찌개이든 국물이 있는 요리를 할 때마다 ‘국물 좀 더 줘’라는 남편의 그 소리가 가끔은 거슬린다. 국물을 많이 붓는다고 부었는데도 다 쫄아들어서 국물이 조금만 남아 있는 것을 보면 내 마음이 조급해진다.
요즈음에는 생선 조림을 해도 뭔 국물을 달라하는지 맛있는 고등어조림도 거의 찌개라 하면 딱 알맞다. 문득 지난날 식당에 가서 ‘국물 추가’를 외쳤던 것을 생각하면서 그 종업원 아니 주방에서 요리하는 분에게까지 미안한 마음이 이때에서야 들었다. 늦게 철이 들었고, 내가 직접 국물 내는 일을 해 보니 상대방을 이해하게 된 것이다. 나를 애국자(국물을 사랑하는 사람)라 웃으며 말씀하시는 그분의 모습이 나를 웃게 한다.
비가 오거나 날이 스산한 느낌이면 부침개를 만드는 것보다 국물 있는 요리를 해서 시원하게 먹고 싶다. 화창한 좋은 날에도 김치찌개나 된장찌개의 국물을 떠 먹으며 ‘시원하다~!’를 연거푸 외치게 된다. 그 국물이 내 가슴을 후련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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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미영(모퉁이돌 한국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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