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세상의 사람을 세 분류로 나누면 뭐게?’ 하는 넌센스 같은 문제는 '여자, 남자 그리고 아줌마'가 답인 농담이 있었다. 이 말은 결혼 후 엄마가 되기 전후 달라지는 모습을 풍자한 말 같다. 그만큼 여자의 인생에서 엄마가 된다는 것은 안팎으로 큰 변화를 불러오는 아주 힘든 과정인 것이다. 여자에서 엄마가 된다는 것은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가 번데기가 되고 나비가 되는 급격한 변화의 과정을 겪는 것과 상당히 비슷한 것 같다.
나는 아이들을 무척이나 좋아하여 12살 때부터 해오던 국악 대신 교육학을 전공하고 13년동안 교사의 길을 걸었다. 해외봉사활동과 워킹홀리데이를 통해 다년간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국적의 아이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그래서 엄마가 되고 육아를 전담하는 것을 쉽게 생각했다. 혼자서 여러명의 아이들도 케어했었는데 내 아이 하나 키우는 것이 뭐가 어려울까 싶었다. 그러나 아이들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유치원과 달리 살림을 병행해야 하는 엄마에게 육아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란 걸 알았다.
호기심에 가득찬 눈으로 뽈뽈뽈 기어다니는 아기가 혹시나 위험한 것을 만지지는 않을까, 입에 넣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고 따라다니다 보면 쌓여가는 것이 보이지만 어찌 할 수없는 집안일들에 한숨 절로 난다. 육아 중에는 집안일의 흐름이 끊어지기 일쑤이며 그 일을 계획대로 끝마치기는 더더욱 어렵다.
또 동료들과 사회적, 정서적 유대관계가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직장생활과 달리 육아는 아이와 단둘이 섬에 동동 떠있는 듯한 단절감을 느끼게 된다. 오죽하면 ‘독박육아’라는 말이 생겨났을까무엇보다 힘든 것은 출퇴근이 없다는 것이다. 영아는 밤중에도 먹기 때문에 그야말로 24시간 쉴 수가 없다. 그래서 결혼하고 부모가 되어야 어른이 된다는 말의 의미를 절감하게 되었다. 이제 막 번데기에서 나와 겨우 날개가 마르고 날갯짓을 하려는 초보엄마에게 육아의 고충은 당연하지만 아이의 성장을 지켜보고 한번씩 지어주는 미소와 서툰 엄마아빠라는 옹알이 소리에 행복해하며 바닥난 체력을 재충전하고 다시 힘찬 날갯짓을 또 해본다.
===
박윤경씨는 ‘한국아이국악협회’ 전임연구원으로 국악교육자의 길을 걷다가 재외동포 2세인 남편을 만나 미국생활 2년차가 됐다. 7개월된 딸을 키우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한뼘 더 자랐다 위로하며 자신을 다독이는 중이다.
<
박윤경(주부)>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