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시절 큰 설탕 덩어리가 묻혀진 장난감 유리같은 눈깔 사탕, 파스텔색의 별사탕, 명절날 제삿상에 놓았던 회오리바람 모양의 동그란 사탕을 먹을 때 세상 어떤 것보다 달콤했었다. 행복했던 추억이 사탕을 떠올릴 때마다 든다.
얼마 전 ‘사탕 한 알’이 ‘호랑이의 곳감’처럼 더 큰 위력을 발휘했던 일이 있었다. 매년 4월이면 북가주지역 한국학교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구연동화대회’가 개최된다. 올해도 전통 동화, 창작 동화 등 다양한 이야기로 학교 대표 학생들이 저마다 그동안에 배웠던 말하기 실력을 뽐내었다.
첫번째로 5세의 남자 어린이가 단상에 등장했다. 소란스러웠던 장내가 조용해지자 그는 긴장했는지 시작하지 않았다. 당황한 사회자는 박수를 유도하기도 하며, 밑에서 애가 타고 있는 어머니를 올라오도록 해 잊어버렸을 이야기를 시작하도록 해 보았지만 묵묵히 서 있기만 했다.
진행 관계상 내려 온 그에게 두 살 정도 되는 남동생을 안은 엄마가 다가가 달래기도 하고 어르기도 하였지만 통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 모습에서 부모의 애타는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 왔다. 뒤로 미룬 기회는 중간쯤에 다시 왔다. 또 다시 침묵의 시간이 흘러가고, 안 한다고 고개를 저으며 완강히 거부하자 청중들은 폭소를 터뜨렸다. 이번엔 아버지까지 설득했지만, 아예 그는 대회장 바깥으로 나가려고 했다. 아버지의 이마에서 흐르는 땀이 자식을 키우는 부모의 어려움을 고스란히 대변해 주고 있었다.
마침 내게는 사탕이 두 알이 있었다. 나는 나가는 그를 붙잡고 먼저 사탕 한 알을 까서 먹인 후에 눈을 마주치며 “너는 학교 대표로 왔으니까 안 하면 선생님들이나 학생들이 얼마나 실망할까? 저 단상 위에 있는 트로피 중에는 네 것도 있는데, 너만 못 가져가면 네 마음은 어떨까? 네가 마치고 나면 이 사탕 한 알을 마저 주겠다”고 하며 설득하자 그는 나에게 손가락으로 약속을 했다.
드디어 세 번째 맨 마지막으로 올라가 ‘방귀 시합’이란 이야기를 막힘없이 술술 들려 주자 장내는 환호와 박수 소리가 가득했다. 나는 의기양양하게 내려 온 그를 뭉클한 마음으로 꼭 껴안아 주며 약속한 사탕 한 알을 주었다. 만약 그가 끝내 해내지 못했다면, 그의 인생에 어떤 트라우마로 남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극복했다. 그날 우리 모두를 행복하게 만든 것은 그 아이에 대한 ‘희망’을 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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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신숙(요셉한국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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