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여름 이맘때 쯤이면 성당에서 진행하는 여름 캠프에 참가했었다. 어릴 때는 Sleep over가 안되는 집에서 자란 지라, 친구들과 2박 3일 동안 집 밖에서 잘 수 있다는 것만으로 신이 났었고, 대학생이 되어 초등부 주일학교 교사가 돼서야 캠프가 단순히 놀러 가는 일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여름 캠프는 큰 행사 중 하나로 장소 사전답사부터 서울 가톨릭 대교구 청소년국에 가서 여름 캠프만을 위한 특별교육 수료까지, 나를 포함한 주일학교 교사들은 여름 내내 캠프 준비로 시간을 보냈다.
나는 한 조의 담당 선생님이 되어 초등학교 3~6학년 아이들 15명 정도를 인솔했는데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많은 아이 중 유독 한 아이가 아직도 기억이 난다. 당시 4학년이었던 여자아이였는데 활발하고 친구들 사이 붙임성도 좋아 크게 손이 간다거나 예의주시해야 하는 아이는 아니었다.
캠프가 끝날 무렵 Rolling Paper라고 서로에게 한마디씩을 적어주는 시간에 그 아이는 나에게 “선생님은 왜 **이만 예뻐해요?”라는 말을 남겼다. 대부분 아이들이 캠프가 재밌었다. 아니면 선생님 메롱 이런 장난기 가득한 내용이 대부분인 사이에 이 한 문장은 내 머리를 띵하게 했다. 그 메시지를 읽은 후 그 아이에게 다가가 선생님이 많이 못 챙겨줘서 미안하다고 안아주었더니 아이는 아무렇지 않은 듯 괜찮다고 말한 후 다른 아이들 사이로 뛰어갔다.
그 일이 있고 난 뒤, 나는 주일학교 아이들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관심을 가지고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 여전히 말하기 좋아하는 나로서 남의 이야기를 경청한다는 것은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남의 이야기를 들음으로써 타인이 처한 상황이나 생각을 한 번 더 진심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어 오히려 더 많은 사람과 깊은 관계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다 그 아이 덕분이다. 30대가 된 지금도 성당 친구들과 가끔 어린 시절에 함께 간 캠프를 회상하고 서로를 놀리곤 한다. 아마도 그 어릴 때 추억이 우리 모두의 가슴속에 깊이 남아서이지 않을까 싶다. 현재 미국이나 한국에서 여름 캠프를 진행하는 많은 분께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 그분들의 수고로 이루어진 캠프는 어린아이들에게 평생 가는 추억으로 남는 중요한 일을 하고 계신 터이니 더욱더 힘내셔서 모든 아이에게 관심과 사랑을 전해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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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아(BAKI 카운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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