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가 7, 8개월차에 접어드니 제법 말귀도 알아듣는 것 같다. 신기하게도 메롱 하고 혀를 내밀면 가만히 지켜 보았다가 자기도 혀를 쏙 내밀고, 우는 시늉을 하면 따라서 울고, 웃으면 따라서 웃는다. 그저 유전자 때문에 행동까지 닮는 건지 궁금해 졸업 후 책장 구석에 얌전히 모셔논 전공서적을 뒤적여 봤다.
거울뉴런; 다른사람의 행동을 거울처럼 반영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이탈리아 신경심리학자 리촐라티 교수 연구팀의 원숭이의 동작에 따름 뇌의 뉴런 활동을 관찰하던 중 우연히 발견하게 된 신경세포이다. 타인의 행동을 보는 것만으로도 따라하거나 공감하게 하는 특징이 있다. 아기가 자라면서 부모를 닮고, 부부가 닮는 것도 이 거울 뉴런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고 보니 유치원에서 근무할 때 정말 특이한 행동을 하는 아이가 있었는데 학부모 상담을 하니 그 아이가 이해가 되었다. 누구 엄마, 아빠라고 하지 않았지만 난 우리반 누구의 부모님인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누군가 하품을 하면 따라하는 것, 슬픈 드라마나 영화를 보고 슬픈 감정을 공감하고 눈물 흘리는 것, 가령 세월호 사고나 인천 여중생 사건과 같이 극악무도한 사건 소식을 뉴스에서 접했을 때 안타까워하고 분노하는 감정을 느끼는 것도 이 거울뉴런에서 비롯된 것이다.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달리 일정기간 보호와 돌봄이 필요한, 생태계에서 보면 가장 나약한 동물이지만 지금은 자연계에서 지배종에 자리하고 있다. 나는 이것이 거울뉴런 신경세포 덕분이라 생각한다. 타인의 의도를 파악하고 공감하며 이를 위해 언어 등 의사소통 수반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모든 것을 직접 경험해 가야 하거나 그에 맞게 진화해 나가야 한다면 그야말로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소모될 것이다. 이 문제를 단번에 해결해준 것이 거울뉴런인 것이다.
미국의 한 음료 회사가 이색실험을 했다. 열차 안에서 한 남성이 태블릿 PC를 보다가 크게 웃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무표정했던 사람들이 이를 보고 하나둘씩 미소짓기 시작하고 급기야 영상의 내용도 알지 못하면서 크게 소리내어 따라 웃는 사람까지 생겨났다고 한다. 이 기사를 보고 진정한 소통과 공감이 요구되는 시대가 도래했구나 싶었다. 타인의 의도를 파악하고 공감하고 행동하는 거울뉴런이 발휘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이왕이면 실험이 아닌 진짜로 웃음 바이러스가 퍼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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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경(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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