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수환,‘4전5기’신화 40주년‘고해성사’

2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4전5기 챔피언 홍수환 40주년 타이틀전 기념행사’에서 홍수환 한국권투위원회 회장과 엑토르 카라스키야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
1977년 11월 26일. 홍수환은 파나마에서 ‘지옥에서 온 악마’라는 엄청난 닉네임을 갖고 있던 엑토르 카라스키야와 세계복싱협회(WBA) 주니어페더급 초대 타이틀을 걸고 맞붙었다. 11전 11KO승을 기록중이던 강타자 카라스키야를 상대로 홍수환은 2회에서만 4차례나 다운을 당하며 패배 일보직전에 몰렸고 위성 생방송으로 이를 지켜보던 전 국민이 다가온 패배에 침울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홍수환은 3회 들어 거짓말 같은 투지로 일어났다. 강력한 몸통 공격으로 카라스키야를 조금씩 무너뜨렸고, 왼손 훅으로 기적 같은 KO승을 따냈다. 복싱계에 전무후무한 ‘4전5기’ 신화가 탄생한 순간이다.
그로부터 정확히 4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지난해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복싱 체육관에서 17년 만에 재회했던 홍수환과 카라스키야는 2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4전5기’ 홍수환 40주년 기념행사에서 다시 만났다. 홍수환(67) 한국권투위원회(KBC) 회장이 카리스키야(57)를 직접 초대해 자리가 마련됐다.
홍수환은 “카라스키야를 먼저 칭찬해야 할 것 같다. 만약 제가 졌다면, 파나마까지 40주년 기념행사에 안 갈 것 같다. 카라스키야는 제게 졌으면서도 한국까지 온 것에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고 자리에 앉은 카라스키야에게 인사를 했다. 이어 “카라스키야 덕분에 먹고 산다. 제가 40년 전 일방적으로 이겼어도 (국민은) 저를 잊었을 것”이라고 홍수환이 ‘고해성사’를 하니 폭소가 터졌다.
홍수환과 경기 당시 절정의 스타였던 카라스키야는 ‘4전 5기’를 당한 뒤 선수로 내리막을 걸었으나 선수 생활을 접은 뒤 정계에 투신해 현재는 파나마 국회의원으로 활동 중이며, 차기 대통령 후보로까지 거론된다. 홍수환은 “카라스키야가 파나마 대통령이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내년에는 41주년을 맞아 파나마로 가겠다”고 약속했다.
‘아름다운 패자’ 카라스키야는 노련한 정치인답게 40년 전 자신이 다운당하는 영상이 나와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그는 “홍수환에게 져서 파나마에서 광고도 찍고 돈도 벌었다. 그리고 그 경기를 통해 친구가 생겼고, 잃어버린 형을 찾았다. 결국, 그날 진 게 패배는 아닌 셈”이라며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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