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방송과 정부에서 저출산과 관련해 ‘대한민국이 사라질 위기’라며 호들갑이다. 나는 한 아이의 부모로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은 값지고 보람된 일이라 여기지만, 애를 낳고 말고는 지극히 개인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사회구조와 경제 시스템상 애 낳아서 보람과 행복감을 느끼기 전에 육아의 괴로움과 경제적 심리적 고난에 찌들기 일쑤다. 직장 동기, 동창들만 봐도 40대까지 워킹맘의 자리를 여전히 지키며 일하고 있는 여성근로자가 얼마나 적은지만 봐도 답은 나온다. 일과 아이 중 선뜻 일을 선택할 여성이 얼마나 되나?
1970, 80년대는 ‘둘만 낳아 잘키우자’ ‘하나만 낳아 잘키우자’라고 외쳤던 정부가 아니인가? 이들 구호를 보며 아이 셋이 있는 가정에서 자라며 내가 만든 선택도 아닌데 무척 미안했던 마음을 가진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시절이 바뀌었다. 요즘엔 애 안 낳는 걸 마치 엄청난 이기심으로 똘똘 뭉친 사람인 양 여성들을 내세우는 거 같아 짜증스럽다. 여성들이 이기적이어서 출산률이 낮아지는 게 아닌데 말이다. 아이를 가지고 싶어도 못 갖는 노산 부부도 꽤 많고, 결혼의 목적이 2세 출산은 아니지 않는가? 게다가 갖고 싶어도 경제적으로 자립이 안 되는 부부도 많은 상태에서 무조건 애 낳으라고 권장하는 것은 억지로 구호만 외치는 전근대적 구호 남발이 아닌가? 사회나 정부가 시스템 마련도 안하고 구호 남발에 비싼 국민세금을 들이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게다가 전세계적으로 봐도 양질의 일자리는 AI이다 테크놀로지로 점점 줄어들고 있고, 시니어들은 100세까지 살텐데 인구가 적게 태어나야 밸런스가 맞는 거 아닐까? 애를 낳아놓고 노년층을 먹여 살리라는 것도 큰 부담이 되지 않겠나?
또한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임신했을 때도 아이가 태어나서 잘 자랄 수 있게 미혼모를 위한 사회보장 장치만 잘 되어도 중절 수술, 출산 사고로 죽어나가는 생명들을 살릴 수 있을 것이다. 고아원과 탁아시설에 더 많은 투자를 해서 태어난 생명들이 좋은 기회를 갖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인재로 만드는 복지 또한 필요하다.
아이슬란드에서는 남녀동일임금법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야 남편들도 집에서 애만 보는 사회가 될 수 있다. 한국도 이런 법률부터 만들고 여성들에게 아이 낳을 것을 권장하는게 맞는 순서 아닌가 싶다. 출산률은 여권신장부터! 이 구호라면 세금을 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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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원(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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