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나라건 선거로 선출되는 지도자는 임기 초가 가장 힘이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실망과 불만이 쌓이게 된다. 어떤 지도자도 국민들이 바라는 바를 다 이뤄낼 능력은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좀 특이했다. 취임 초 80%가 넘는 지지를 얻은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대통령들이 하락세를 보인 것과는 달리 1년이 지난 후 다시 80%선까지 인기가 치솟았다.
그 이유는 4.27 판문점 회담과 6.12싱가포르 회담을 빼고는 설명하기 힘들다. 당시 많은 국민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노력으로 드디어 북핵 문제가 해결되는 줄 알고 박수를 보냈다.
그러나 당시에도 회의적인 시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판문점 선언이나 싱가포르 성명 모두 한반도 비핵화만 있을 뿐 북핵 폐기라는 말은 한마디도 들어 있지 않다. 이는 북핵 폐기를 구체적으로 명시한 2005년 9.19 공동 성명보다 훨씬 후퇴한 것이다.
한반도에는 북한만 아니라 남한도 들어가 있다.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한반도에 핵무기를 탑재한 미 전략 자산이 들어오는 것도 안 되고 언제든지 이를 불러들일 수 있는 미군의 철수까지 요구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것이다.
6월 12일 싱가포르 공동성명이 나온 날부터 조짐은 좀 이상했다. “북미 간 정상의 역사적인 첫 만남”이란 요란한 팡파르에 비해 나온 내용이 너무 빈약했기 때문이다. 북미 간 핵심 의제인 북핵 폐기는 북미 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에 이어 ‘한반도 비핵화’라는 문구로 한 줄 들어가 있었다. 처음 이 소식을 들은 기자들 사이에도 “이게 다냐” “이면 합의가 따로 있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그 후 싱가포르 선언의 구체 이행을 위해 지난 7월 평양을 찾은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김정은은 만나주지도 않고는 “강도 같은 요구를 한다”며 빈손으로 돌려보냈다.
지난 24일 트럼프는 이번 주로 예정돼 있던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을 전격 취소했다. 트럼프는 미중 간 무역 분쟁으로 중국이 북한 문제에 잘 협조하지 않는다며 특사 파견은 이 문제가 해결된 다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핵이 미중 간 무역 분쟁보다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린 것이다. 이 분쟁이 언제 끝날 지 알 수 없는 상황이고 보면 북핵 해결도 당분간 물 건너갔다고 보는 것이 상식이다.
거기다 매티스 국방장관은 28일 싱가포르 회담 이후 취해진 한미 군사 훈련 중단은 더 이상 없다고 밝혔다. 회담 이후 미국이 취한 유일한 관계 개선 조치인 군사 훈련 중단이 중단된다면 북미 관계는 회담 이전으로 돌아가게 된다.
트럼프는 김정은과의 2차 회담 가능성을 열어놓기는 했으나 해 봐야 별 효과는 없을 것이다.
김정은은 작년 10월 열린 노동당 전원 회의에서 핵무기가 “조선 민족의 자주권과 생존권, 발전권을 담보하는 억제력이자 정의의 보검”이라고 천명한 바 있다. 핵 빼고는 아무 것도 내세울 것이 없는 북한에게 핵을 내놓으라는 것은 죽으라는 이야기와 마찬가지다. 북한의 재래식 무기는 한미 연합군의 상대가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문대통령은 ‘한반도 운전사’를 자처하며 3차 남북 정상 회담을 통해 북핵 문제를 타개하고 떨어져 가는 지지도를 회복해 보려고 애쓰겠지만 이 또한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김정은은 핵을 포기할 생각이 없고 아무리 좋은 영화도 자꾸 보면 재미가 없다. 북한 핵 폐기의 길은 갈수록 멀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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