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절제와 비움의 아름다운 미학”
▶ 조선백자 우아함, 세계에 전한 구본창 작가와 프랭크 베일리 한국미술 컬렉터간 깊은 대화

4일 아시안아트뮤지엄 삼성홀에서 진행된 ‘2018 코리아위크’ 넷째날 행사에서 구본창 사진작가(오른쪽)와 프랭크 베일리 한국미술 컬렉터가 한국미술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왼쪽은 김현정 아시안아트뮤지엄 한국관 큐레이터
“조선백자는 절제, 담백, 비움의 미학이 빚어낸 예술입니다”
SF총영사관이 주최한 한국문화 종합행사인 ‘2018 코리아위크’ 넷째날 행사로 4일 아시안아트뮤지엄 삼성홀에서 구본창 사진작가와 프랭크 베일리 한국미술 컬렉터는 달항아리(조선 17, 18세기 백자)의 아름다움을 논하며 깊은 우정을 나눴다.
10여년간 전세계 백자 컬렉션을 찾아다니며 조선백자의 우아함을 사진에 담아온 구본창 작가는 “백자는 영혼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면서 “민족의 숨결을 머금고 있는 백자는 중국과 일본 도자기와 달리 세월의 흔적, 장인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다”고 밝혔다. 격렬하고 고요한 백자의 속내를 표현해낸 그의 작품들은 현재 아시안아트뮤지엄 한국관에 4점이 소장돼 있다.
이날 구 작가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대기업에 취업해 엘리트코스를 밟다가 회사생활을 접고 독일로 유학, 사진을 전공한 독특한 이력부터 빈 박스, 닳고닳은 비누, 오래된 벽 등 낡은 시간이 갖는 힘, 사라지는 것 잃어버린 것, 하찮은 것 등 ‘시간의 초상’을 담아온 자신의 작품세계 등을 진솔하게 밝혔다.
2008년 시애틀 전시회에서 구 작가와 인연을 맺은 프랭크 베일리 컬렉터는 2015년 덕종어보를 반환한 토머스 스팀슨 여사의 외손자로, 한 일본인 친구로부터 백자를 소개받은 뒤 한국미술품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특히 구 작가의 작품을 사랑한 베일리씨는 구 작가의 작품을 대영미술관, 보스턴미술관, 아시안아트뮤지엄 등에 기증했으며, 자신의 거실에도 구 작가의 작품을 애장하고 있다.
베일리 컬렉터는 “힘을 과시하려는 중국 미술품보다 절제미로 승화된 한국 미술품에 끌렸다”면서 “사물의 본질을 꿰뚫는 구 작가의 작품을 처음 봤을 때 말할 수 없는 흥분과 떨림이 있었다”고 말했다.
소장하던 도자기 50여점을 시애틀 박물관에 기증하는 등 예술에 남다른 애정과 열정을 바쳐온 베일리씨는 하버드대를 졸업하고 버클리에서 법률을 전공한 뒤 변호사로, 전문경영인으로 활동하다가 은퇴했으며, SF 오페라의 메롤라 프로그램을 통해 2000년 초반 한국의 성악가들을 다수 미국 무대에 진출시키는 등 한국예술을 전방위로 지원해왔다.
김현정 아시안아트뮤지엄 한국관 큐레이터가 진행한 대화를 통해 구 작가와 베일리 컬렉터는 자신의 예술철학, 작가와 후원자의 관계, 달항아리에 매료된 계기, 한국과의 인연 등을 관객들과 나눴다.
이날 행사에는 박준용 총영사, 제이 슈 아시안아트뮤지엄 관장, 김시왕 메리 김 아시안아트뮤지엄 후원자를 비롯해 유영준, 케이 강, 배정란, 임미란 작가, 최인선 큐레이터 등 베이지역 미술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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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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