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이곳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이뤄진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한미정상회담은 2분간의 턱없이 짧게 주어진 시간 속에 `노딜`로 끝났다. 양국이 회담 후 내놓은 발표문을 보면 미·북 대화 재개에 대해서만 원칙적인 공감대가 형성됐을 뿐 구체적인 북한 비핵화 방법론에 대해 의견 일치를 봤다는 증거를 확인할 수 없다. 보도문 또한 공동이 아닌 개별 발표 형식을 취하는 등 여러 측면에서 양국의 공통점보다는 입장 차이가 더 드러난 회담이었다고 보여진다.
그런가 하면 지난 11일 한미정상회담 같은 날 북한 김정은은 시정연설에서 문재인을 향해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 민족의 이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돼야 한다”고 거친 표현으로 비난했다. 친한 친구 사이에도 쓰기 힘든 말을 김정은이 문재인 대통령에 대놓고 한 것이다. 이 발언은 한국 국민에 대한 모욕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지난 15일 열린 청와대 회의에서도 ‘오지랖’ 운운에 대한 김정은의 이 발언에 일언반구의 언급도 하지 않았다.
보도에 의하면 백악관에서 열린 정상회담은 단독회담(29분), 소규모 회담(28분), 확대회담 (59분) 순으로 총 116분간 이어졌다. 당초 15분간 진행될 예정이었던 단독회담 시간이 2배 가까이 늘어난 이유는 두 정상의 모두발언과 통역에 16분,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기자들과 질의 응답을 하는 데 11분 가량이 소요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배석자 없이 단독으로 대면했던 시간은 단 2분에 불과했던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에게 최고의 찬사를 보냈다. 반복해서 가장 친한 존경하는 친구라고 했다. 그리고는 일단 하노이에서 만난 후 노딜을 선언했다. 30대 교만한 어린 김정은을 점잖은 달콤한 말로 한방에 KO시킨 것이다. 그것도 세계 언론들이 모두 모인 곳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혈맹의 관계가 이보다 좋을 수는 없다고 추켜세웠다. 그리고는 정작 문재인과 트럼프의 단독 회담에서는 자신이 기자들에게 답변하는데 시간을 거의 다 할애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얘기만 공개적으로 다 했다.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과는 2분 10초만 얘기했다. 통역시간을 빼면 60초 미만이다. 태평양을 건너 찾아간 문 대통령에게 한 마디로 당신 얘기는 들을 필요가 없다는 메시지다.
내가 보기에는 2분회담의 또 하나의 이유는 문재인 대통령은 아세안과 중앙아시아 순방을 거듭하고 있다. 한미정상회담을 하기 전에는 동남아시아를 방문했고, 이후 중앙아시아를 순방 중이다. 균형외교와 신북방·신남방 외교에 치중해온 문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하려고 했을 때인 4월10일 미국 상원은 ‘한 미 일 연대’를 지지하는 전체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 결의안은 북한 문제 해결 을 위해서는 인도태평양지역 안보와 평화가 중요하다는 점을 누차 강조했다. 따라서 ‘한국을 인도 태평양전략에 참여시켜야 한다’는 뜻으로 읽힐 여지가 컸다. 상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기조를 적극 지지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태평양전략을 거부한 문 대통령과는 어떤 합의도 하기 어려웠을 개연성이 높다.
신남방·신북방, 그리고 미·중 간 균형을 강조하는 문재인 정부의 외교 노선의 근저에는 반일 외교가 깔려 있다. 문 대통령의 신 남방전략과 아베 총리의 인도태평양전략 가운데 승자는 어느 쪽이 될 것인가는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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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흥주 한미자유연맹 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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