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인간에게 공평하게 주어졌으나 그의 관리는 전적으로 각자의 몫이다. 시간은 손에 쥘 수도 없고 잡으려 하면 할수록 달아나는 무형의 존재이면서 삶을 지배하는 실체이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의 무게는 가중된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나의 삶을 이끌어왔던 시간과 변화에 적응해야 하는 시간 사이에서 고통과 희망의 교차가 이루어지는 혼란속에 나름대로 정리가 되고있다.
발전하는 시대에 발을 못맞추는 엄마가 측은해 보였는지 몇년 전에 아들이 아마존 전자책을 사 주었었다. 조그만 기기에 수십권의 책이 담겨있는게 신기해서 잠시 이용했지만, 지금은 그 전자책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 엄마를 이해못하는 아들에게 다음과 같은 글의 내용을 설명했다.
<신발 판매원 두명이 아프리카에 신규 시장 개척을 위해 파견 되었다. 도착한지 사흘 후에 그중 한 판매원이 사무실로 전화해서 “다음 비행기로 돌아갈 것이다. 여기선 도저히 신발을 팔 수가 없다. 여기 사람들은 모두 맨 발로 다닌다”. 같은 시각에 또 다른 판매원은 공장에 이런 이메일을 보냈다.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여기선 아무도 신발을 신고 다니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생각은 다 다르기 때문에 기발한 아이디어가 생기고 세상은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가볍고 휴대하기가 편한건 이해되지만, 전자책은 내게 안 신어보았던 신발이다. 종이책은 책장을 넘길때 느끼는 기분이 다르다. 전자책은 우선 집중이 안된다. 상상을 한다던가 다른 생각에 빠지는 여유를 즐길 수 없고 종이책을 읽으며 무언가를 발견했을 때 줄거리의 앞과 뒤를 넘겨보며 다시 확인하고 이해하는 재미를 느낄 수 없다. 가끔 삶 자체가 버거울때 속도에 연연치 않고 멈추어서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는건 종이책의 매력이 아닌가 한다. 때론 지나친 문명의 발달이 인간의 정신을 고갈시키고 독립성이 약해지며 적응력을 부족하게 만든다. 너무 새 기기에 의존하면 삶의 만족감이 떨어진다고 생각 되는건 거기에 익숙하지 못한 나이 탓일까?
스마트폰도 마찬가지다. 요즘은 유모차에 앉은 꼬마들도 PC태블릿을 가지고 혼자 놀고 있고 가족끼리 모인 식당에서도 각자 고개를 떨구고 스마트폰을 쳐다보고, 비행기안의 연인끼리도 중간중간 스마트폰 화면을 확인하는 장면을 흔히 보게 된다. 메릴랜드 주립대에서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스마트폰 없이 생활하는 하루동안에 10여개 국가 대다수의 학생들은 불안감을 느낀다고 한다. 또 요즘 젊은이들은 하루 평균 110통의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스마트폰 사용자의 46%는 ‘스마트폰 없이는 살 수 없다’는 반응이 조사 결과에서 나왔다고 한다.
독창적인 아이디어는 휴식을 할 때 생긴다. 쏟아지는 정보의 세상에서 스마트폰으로 많은 정보는 얻겠지만 좋은 정보는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정신을 집중할 때 생긴다. 요즘 세대들은 디지털 기기에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중요한 뭔가를 잊고 사는 것 같다. 감정을 풍요롭게 하고 인간다운 인간을 만드는 통로가 차단되는 기분이 든다. 빠르게 흐르는 시간속에, 디지털 로봇이 지배하는, 무섭게 발전되어가는 시대에서 사람들은 얼마나 자주 눈과 눈을 맞추며 대화할 수 있을까? 우리가 삶에서 진정으로 필요한게 무엇인가 생각하며 살아야 한다고 강조 하고 싶은건 시간의 무게가 무거운 세대인 나의 기우일까?
<
최수잔 워싱턴 두란노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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