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공예 재료를 파는 마이클스(Michael’s)에 가서 나무로 만든 작은 새집을 보게 되었다.
너무 작고 출입구가 작아서 새가 들어갈 수가 없을 것 같아 살까 망설이다가 값이 1불이라 사고 말았다. 집에 와서 삼원색을 섞어서 예쁘게 색칠을 하였다.
집안에 두고 혼자 보기엔 아쉬워서 뒤뜰 데크에 못을 박아 고정 시켜 놓고 보니 여간 앙증 맞을 수가 없었다. 작은 새가 들어가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마다 데크에 가서 새집을 바라 보는 것이 습관처럼 되었다.
출입구가 작아서 새가 들어가 살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바라보는 것으로 즐거움이 있었다. 두어 달이 지나 새집 앞에 조그마한 나뭇가지가 떨어져서 관심 있게 며칠을 두고 관찰 하였다. 참새보다 작은 새 두 마리가 열심히 교대로 작은 나뭇가지를 물고 새집 구멍으로 들락날락 하면서 집을 짓고 있었다.
새들도 요령이 생겨서 처음에는 나뭇가지를 물고 바로 구멍에 넣으려다가 떨어뜨리더니 나뭇가지를 옆으로 돌려서 구멍으로 들어가는 지혜도 보여주었다.
신접살림 차리기에 바쁜 새 한 쌍을 보니 나의 신접살림 차릴 때 생각이 난다.
신혼 살림 차린 지가 어제 같은데 어느새 백발이 되었다.
결혼 시키고 그렇게도 좋아하시던 돌아가신 부모님을 회상하게 한다.
몇 해 전의 일이 생각난다. 어느 날 차고 문을 열어둔 틈을 타서 참새가 벗어둔 내 구두에 집을 짓고 알을 까 놓았다. 신기하고 사랑스러워 시시때때로 들여다보고 즐거워했다. 갑자기 한국 갈 일이 있어 집을 비우게 되니 차고 문을 닫아버리면 새가 들락날락 못할 것 같았다. 고민 끝에 차고 문 조그만 유리창 두 개를 떼고, 딸에게 수시로 와서 참새 알 부화를 관찰 하라고 부탁하고 한국에 갔었다.
한국 가서 카톡으로 참새 상황을 연락 받던 중 2주가 지난 후 드디어 새끼 4 마리를 낳았다는 연락을 받고 마치 결혼한 자녀가 애기를 낳은 것 같이 보고 싶고 마음이 설레어 빨리 집에 돌아오고 싶었다.
행복도 잠시 새끼가 눈을 뜨고 어미가 물어다 주는 먹이를 받아 먹는다는 소식을 들었다. 어미의 모정(母情)으로 새끼들을 돌보아 다 자라, 며칠 사이 새끼를 데리고 떠나버렸다는 소식을 듣고 아쉽고 서운한 마음에 하루 종일 우울했었다.
이번에는 데크에 있는 새들은 알콩달콩 함께 사는 모습을 보여준 후 자연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새집 앞을 지날 때 발 뒤꿈치 들고 사뿐사뿐 고양이 걸음으로 지나며 방해 하지 않으려고 돌아서 뒤뜰에 가곤 하였다. 새 집안에 산실을 차린 것 같다.
항상 새 부부가 붙어 다니더니 요즘 한 마리 새는 새집 주위를 돌면서 사람이 새집 가까이 가면 자기들만이 통하는 소리로 집안에 있는 새를 황급히 불러내어 멀리 떠나지 못하고 지켜보곤 한다. 미물인 새도 자기새끼를 위해 천적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열심히 지킨다.
더운 날씨에 좁은 공간에서 새끼를 위해서 헌신하는 새 부부를 보며 만물의 영장인 인간들이 미물 보다 못하게 가정을 파괴하고 자식을 학대하는 파렴치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뉴스가 떠올랐다. 미물인 새들의 삶이 좋은 본보기가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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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 중앙시니어센터 문예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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