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또 한 차례의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논의가 심화되고 있다. 북한보다는 미국이, 미국보다는 한국이 북미대화의 재개를 바라는 양상이다. 미국은 대화 재개를 위한 긍정적인 신호를 계속 보내고 있지만 대선 전에 제4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주장대로라면 미국이 북에 대한 ‘적대시 정책’을 철회해야 대화가 가능한데 이 ‘적대시 정책’의 의미와 범위가 너무 방대하고 모호해서 북한이 협상에서 얻으려는 것은 모두 여기에 해당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북한은 지금까지 미국이 취한 행동 중 북한에 불리한 것은 모두 ‘적대시 정책’의 산물이라고 한다. 대북제재, 군사훈련, 주한미군 주둔뿐 아니라 인권과 종교 자유에 대한 미국의 정책, 그리고 북한을 ‘불량국가’로 부르는 것까지 모두가 북한에 대한 적대시 정책이라고 해석한다.
회담이 이뤄지려면 쌍방의 합의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북한이 응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7월10일 김여정 당중앙위 제1부부장은 장문의 성명을 발표하고, 북한이 왜 이 시점에서 미국과 정상회담을 하지 말아야하는 이유를 장황하게 설명했다. 그 이유로 북미회담은 “미국측에나 필요한 것이지 우리에게는 전혀 비실리적이며 무익하다”고 했고 “미국의 결정적인 립장 변화가 없는 한 올해 중 그리고 앞으로도 조미 수뇌회담이 불필요하며 최소한 우리에게는 무익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김여정 성명의 대부분은 북한은 더 이상 미국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점과 미국이 수용해야할 요구사항들을 열거하면서도 북한 입장의 가능한 신축성과 미국에 대한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성명 중 흥미로운 대목 하나는 “결코 비핵화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 하지 못한다는 것”과 비핵화 조건으로 “우리의 행동과 병행하여 타방의 많은 변화 즉 불가역적인 중대조치들이 동시에 취해져야만 가능하다”고 제시한 것이다.
스티브 비건 미 국무장관은 지난주 코로나 정국 등을 이유로 11월 전에 북미정상회담은 개최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이 무렵 존 볼턴 전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트럼프가 김정은과 ‘10월의 깜짝행사(October Surprise)’로 만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트럼프가 재선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 일은 무엇이든 서슴지 않고 할 것이라는 판단 하에서 한 말이었다. 볼턴이 비건보다 트럼프를 더 정확하게 본 것인지도 모른다.
드디어 트럼프가 7월8일 “그들이 만나기를 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도 물론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하며 북미정상회담의 가능성을 시사하고 나섰다. 7월10일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대선 전 북미정상회담의 가능성은 열려있지만 북한의 비핵화, 한반도 평화와 번영이라는 핵심 사안에서 진전을 볼 수 있는 실질적인 기회가 없는 한 양국 정상이 만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김여정도 북미정상회담의 성사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 그 이유는 “두 수뇌의 판단과 결심에 따라 어떤 일이 돌연 일어날지 그 누구도 모르기 때문이다.” 북한은 분명 미국의 차기 행정부와 그 이후의 미국에 대응할 준비를 하고 있다. 북한의 지도부가 비이성적이 아닌 이상,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대한 희망은 살아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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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북한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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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교수님의 견해에 공감한다. 현시점에서 판단하면 11월대선전 제3차 북미정상회담개최의 개연성은 낮다. 그러나 시간이 자닐수록 개연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여러가지 변수가 있지만 스페이스 제한으로 만족하게 설명이 불가하다. 그러나 트럼프가 대선승리를 위해 북미관계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10월서프라이스를 우리는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가 지금 열심히 "가교역할"을 하고 있다고 믿기 때문에 조만간 놀말만한 이벤트 들이 송다나올것으로 보인다. 한반도에서 절대로 전쟁이 일어나선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