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늦바람 하면 남녀 간의 애정 문제이려니 한다. 워낙 주위에서 그런 일들을 적지 않게 보니 말이다. 허나 여기에선 그런 얘기가 아니다.
한창 물이 오를 전성기에 타이거 우즈라는 이름에 걸 맞는 신예 호랑이 같은 애송이(?)의 등장으로 오랫동안 빛을 제대로 못 보고 어금니를 꾹꾹 갈아야 했던 왼손잡이 필 미컬슨이 50세를 지나 51세 나이에 아들이나 조카뻘 선수들과 당당히 겨루어 PGA 챔피언십에서 사상 최고령 우승자로 새로운 골프 역사를 썼다고 야단들이다.
그에 대한 일화는 많은 걸로 알고 있다. 매스터스 대회 우승을 오랫동안 못하다 드디어 해낸 후 너무 감격하여 우승자에게 주는 그린 재킷을 그대로 입고 우승한 날 밤에 잤다는 얘기가 한동안 돌았던 걸로 알고 있다. 굳이 그때의 미컬슨의 심정을 들여다본다면 어느 소설의 기억이 되살아난다. 마치 생사가 오가는 처절한 전쟁터에서의 비 오는 날, 진흙 구덩이 참호 속에서도 한 가닥 위안을 삼으려는 듯 젊은 군인이 영원히 잊지 않고 간직하려는 듯이 애인의 사진을 꼬옥 움켜쥐듯 말이다. 아니면 판초 안에 새겨진 여인의 나상을 껴안는 듯 새우잠을 자는 모습으로 묘사했듯이 말이다.
난 별로 골프를 좋아하지도, 잘 하지도 못해 자연히 할 이야기가 별로 없다. 지금은 좀 변했는지 모르겠으나 얼마 전까지 한국에선 골프가 부유층들의 놀잇감으로, 사업상 거래 명목으로, 골퍼들의 캐디들에 대한 갑질 논란 등의 부정적 측면이 많이 부각되어온 탓이리라.
필자로 말하면 미국 정착 초창기인 1970년대 초반부터 한 10여년은 너무 바쁘기도 하고 생활의 여유도 없어 골프라는 건 생각할 여유조차 없었다. 모임에 참석하면 모두들 골프이야기 뿐이라 자연히 소외된 기분이었다.
그 후 생활에 안정이 잡힌 후 건강을 위해 시작은 했으나 소질이 없었는지, 아니면 노력조차 아니 했는지 경기력이 너무 시원치 않아 몇 번이나 그만 두려하기까지 했다. 물론 골프 장비들도 30여년 바꾸지 않고 그대로이다.
세월이 흘러 은퇴 후에 따뜻한 남가주로 온 후에는 남아도는 시간과 값싼 그린 피(걸어서 19불), 새로 장만한 드라이버와 페어웨이 우드 #3의 덕택 그리고 공부(신문에 연재되는 강습)를 한 결과 일취월장했다. 과장하면 얼마 있으면 싱글을 기대해 보는 엉뚱한 야심(?)까지 품게 되는 지경까지 왔다.
기록도 기록이지만 코로나 사태로 매주 한번 등산도 못하던 차에 걸어 18홀을 돌고 나면 정확히 등산할 때와 같이 8마일 15,000보 기록이 스마트 폰에 기록됨을 보게 되니 참으로 유익한 운동임에 감사하며 예전의 잘못된 선입관에 미안(?)할 뿐이다.
집사람 얘기가 늦바람났네!”다. 그러나 얼마나 다행인가! 골프에 바람 났으니 말이다. 아니 그런가.
또한 한국 출신 선수들, 특히 낭자군들의 국위 선양하는 모습을 보면 이들이야말로 일등 외교관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과 함께 묵었던 체증을 확 뚫어주는 느낌도 늦바람의 한 부산물이 아닌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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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길 / 의사 전 워싱턴서울대동창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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