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의 애창곡의 하나는 ‘봄날은 간다’이다. 가사 자체가 약간의 풍을 쳐서 풀어보면 제법 심오한 분위기도 느껴진다.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지난날을 회상하며 불러도 좋고 백조들 짝지어 노니는 호숫가에 연인과 벤치에 앉아 조용히 들어도 맛이 나는 노래다. 참으로 같이 웃고 같이 울 수 있는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이 가는 것만 같다. “연분홍 꽃잎이 물에 떠서 흘러가더라…” 올봄 나의 봄날은 가까운 어느 부부의 ‘러브스토리’가 뇌리를 떠나지 않고 있다.
송 집사는 기분이 좋을 때나 우울할 때나 ‘봄날은 간다’를 부르곤 했다. 서 권사가 6년간 병상에 누워있는 동안 남편 송 집사는 아내의 곁을 떠나는 일이 없었다. 주위 친지들이 보는 것만으로도 눈시울이 뜨거워질 정도로 병구완이 지극했다.
모처럼 외출을 하더라도 저녁 5시까지는 반드시 귀가했고 술도 끊어버렸다. 서 권사는 꽃을 좋아했다. 서 권사의 체력이 부칠 때는 인근 꽃피는 가로수 길을 부축하여 짧게나마 꽃을 함께 감상했다.
송 집사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도 예배를 거른 일이 없었다. 늘 기도를 멈추지 않았다. 뒷바라지가 힘들어도 내색하는 일이 없었다. 서 권사는 늘 자신의 악화되는 병세보다도 자신을 챙겨주는 남편에게 “무리하지 마세요”, “고마워요”하며 격려를 잊지 않았다. 그러던 10월 어느 날 서 권사가 눈을 감았다.
송 집사는 서 권사가 떠난 지 반년이 지났어도 아내가 생존해있을 때처럼 희로애락을 초월한 듯 생활자세가 담담하다. 그에게서 보이는 평상심에서 아내에 대한 애정의 진정성이 묻어난다. 두 사람이 엮어낸 ‘현대판 순애보’는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하며, 사랑이 무엇인가를 보여준 교본으로 기억될 것이다. 내게 있어서 올봄은 송 집사의 러브스토리로 한껏 로맨티시즘에 취해 흘러가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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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용 전 한민신보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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