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발이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온다더니 나 또한 팔순이 넘으니 생각이 많아지고 무연고로 남을 아버지 산소를 정리하기 위해 잠시 한국에 다녀왔다.
한줌의 재를 뿌리면서 나 역시 화살처럼 빠른 시간만 남아있을 뿐이라는 인생의 헛됨이 겹치면서 가슴에서 욱 치밀어 오르며 눈물이 솟구치자 철 모르는 6살 손녀가 같이 울어준다.
12년만에 다시 찾은 조국은 너무나 달라져 있다. 초현대식 인천공항을 빠져 나오니 뉴욕 맨하탄에 들어온듯 고층건물이 빼곡히 들어서 있고, 횡단보도에 서 있으면 차들이 넘치고 어찌 빨리 달리는지 나도 모르게 뒷걸음 쳐졌다.
딸이 한국의 하와이라는 제주도에 가자하여 갔더니 수학여행 온 학생들로 섬이 꽉찬 느낌이 들었다. 고급 호텔 넓직한 식당에 양식 한식으로 진수성찬 차려진 부페음식, 입맛에 따라 골라 먹을수 있는 식당에 때깔 좋고 키도 큼직한 학생들로 꽉 차 있어서 어리둥절했다.
옛날 교복 입고 걸어서 옛 능으로 소풍갔던 학창시절. 삶은 계란에 장조림 들어간 도시락과 사이다 싸들고 잔디밭과 정자에서 햇빛 받으며 즐거워 했었는데 지금은 비행기 타고 수학여행이라니 놀랄만 했다.
초등학교를 피난민 학교에서 시작한 나는 학교에서 주는 구호 급식으로 배고품을 떼웠고 3년간의 한국전쟁으로 페허된 땅에서 식량부족으로 배고팠던 기억에서 인지 나는 지금도 음식은 낭비하지 않는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지구 우주안에서 한개의 작은 별이지만 유일하게 문명을 가진 생명체로 존재하는 인간들은 서로 친족같은 유대관계를 유지해야 할것이다. 베르디의 오페라 ‘나부코’의 음율이 떠 오른다. “가라! 내 마음이여, 금빛 날개를 타고” 일명 노예의 노래로 시편 137장을 인용한 합창곡이다.
서로 엉켜 살아가면서도 인간들이 품는 욕심, 이기심, 권력, 시기심의 노예에서 벗어나 조리있게 풀려 나갔으면 좋으련만 현실은 너무 어렵다.
가진 자와 없는 자의 양면성은 지구 종말까지 이어질 것이다. 몇명에 불과한 억만장자가 통 큰 기부로 어느 대학 전교생 장학금을 주었다는 딴 세상 같은 소식도 있지만 티끌모아 태산이라고 펑법한 사람들도 사랑은 나누는 것이라는 선한 마음으로 주위를 돌아보고 소외되고 고통받는 이웃에게 손 내밀고 나눈다면 우리의 삶도 소박해지고 심신의 행복으로 나에게 돌아올 것이다.
나부코의 마지막절 덕을 부르는 노래를 부르며 을사년도 달려 갈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
송영옥/뉴저지 이스트하노버 독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