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크라 해법 못찾는 트럼프, 최후통첩 꺼냈지만 ‘50일은 길다’ 지적도
▶ 나토 회원국 돈으로 美무기 사서 우크라 지원… ‘트럼프 뉴노멀’ 되나

뤼터 나토 총장(맨 왼쪽)과 대화하는 트럼프 대통령(왼쪽 두번째)[로이터]
호언장담하며 우크라이나전쟁 중재에 나섰지만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4일 러시아에 대한 고강도 '관세 제재' 카드를 50일 시한과 함께 꺼내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 백악관에서 만난 자리에서 50일 안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는 합의를 하지 않을 경우 러시아에 "혹독한"(severe)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면서 러시아는 물론 러시아와 교역하는 나라에 대한 100% 정도의 '2차 관세'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에 대공 방어 무기뿐 아니라 공격용 무기를 대량 제공할 것이라고 밝히는 동시에 그동안 말을 아껴온 대(對)러시아 신규 제재 구상을 시기와 함께 공개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내용은 지난 1월 20일 취임 이후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서 중요한 전환점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외교를 이어가면서, 러시아가 전쟁에서 거둔 성과를 인정하고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에는 선을 긋는 등 주로 우크라이나를 압박해 종전안을 받아들이도록 하는 데 무게를 실었다.
그러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의 고삐를 한층 더 당기는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를 성의 있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이지 않자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를 압박함으로써 전장의 균형을 재설정해야 한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26일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식 참석 계기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독대한 이후부터 조금씩 '친(親)푸틴' 일변도 이미지에서 탈피하려는 모습을 보여왔는데, 최근 들어서는 자신이 푸틴 대통령에게 무시당하고 있다는 판단하에, 러시아에 경종을 울린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대러시아 제재 방안 중 러시아와 교역하는 나라에 대해 부과하는 이른바 '2차 관세'는 현재 미 연방 상원에 계류 중인 대러시아 제재 법안의 내용과 유사하다.
공화당의 트럼프 대통령 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과 민주당 소속 리처드 블루먼솔 의원(코네티컷)이 공동 발의한 대러시아 제재 법안에는 러시아산 원유와 우라늄 등을 구매하는 국가의 대미 수출품에 500%의 관세를 부과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같은 내용은 특히 전쟁 중인 러시아로부터 싼 가격에 에너지를 도입하는 한편 러시아에 무기 및 민간용으로 병용될 수 있는 이중용도 품목을 수출하고 있는 중국을 겨냥하는 측면도 엿보인다.
최근 관세를 활용해 브라질의 내정에 개입하는 모습을 보인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전쟁 종식을 위한 압박 카드로도 활용하려 한다는 점이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어쨌든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직접 제재에 더해 러시아와 교역하는 중국, 인도 등에 대한 2차 제재는 시행될 경우 러시아의 돈줄을 말리는 데 의미 있는 조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와 같은 제재 도입 시점까지의 '50일'이라는 시간은 현재의 긴박한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에 비춰 볼 때 '긴 시간'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에 대해 "러시아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한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라면서 "다른 한편으로 러시아군이 매일 무고한 민간인들을 살상하는 것을 고려하면 50일은 매우 긴 시간"이라고 비판했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공세에 박차를 가해 점령지를 최대한 넓힌 뒤 50일 시한 만료가 임박한 시점에 협상에 응하는 등의 '외교적 꼼수'를 쓸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갖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표면적으로 푸틴 대통령을 강하게 압박하는 듯 보이지만 동시에 그에게 '숨 쉴 여지'를 주는 미묘한 절충을 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공급할 미국 무기와 관련, "나토가 비용을 부담"할 것이라고 밝힌 것이 '트럼프식 뉴노멀'(New Normal·새로운 표준)이 될지 주목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안보 위협을 받는 제1선 국가인 나토의 유럽 회원국들로 하여금 미국 무기를 사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토록 하는 양태인데, 이는 직전 바이든 행정부 시절 주로 미국 무기를 직접 우크라이나에 무상 제공했던 양태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이는 결국 지난달 나토 정상회의 때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요구에 따라 나토 회원국들이 국방비 지출을 2035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으로까지 늘리기로 한 것과 맞물린다.
앞으로 미국의 동맹국들이 국방비 지출을 늘리면서, 늘린 국방비로 자신들 안보를 위해 미국산 무기를 더 구입하게 되는 양상이 정착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나토 동맹국뿐 아니라 한국을 포함한 미국의 아시아 동맹국들도 국방비 증액 및 미국산 무기 구입 확대의 요구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도 예상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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