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립선암과 투병중인 루돌프 줄리아니 뉴욕시장이 잔뜩 열을 받았다.
병세때문이 아니라 브루클린미술관에 내걸린 흑인 여성의 컬러판 누드사진 때문이다. 예술사진에서 포르노에 이르기까지 흔하디 흔한게 누드사진이지만 가톨릭 교도인 줄리아니가 진짜 열을 받은 이유는 발가벗은 여성이 예수로 묘사되어 있다는 점이다.
작품의 제목은 ‘너네 엄마의 최후의 만찬’ (Yo Moma’s Last Supper). 15피트 크기의 작품에는 "예수는 여성이었다"고 주장하는 이번 전시회의 사진작가 레니 콕스가 음모까지 드러낸 올누드로 예수의 제자를 상징하는 12명의 흑인들과 ‘최후의 만찬’을 하는 장면이 담겨 있다.
시정부의 자금지원을 받는 브루클린미술관은 94명의 흑인 사진작가들의 작품 188점을 모아 전시중인데 데일리뉴스지가 이중 콕스의 작품을 짚어내 소개하면서 사단이 발생했다.
줄리아니 시장은 기자회견까지 자청, "혐오스럽고 터무니없는 반 가톨릭적 작태"라며 연방대법원이 98년에 내린 ‘품위표준 판례’에 의지해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연방대법은 당시 전국예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는 박물관은 작품전시와 관련, 객관적인 품위를 유지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놓은바 있다. 그러나 샌드라 데이오코너 연방대법관이 작성한 판결문에는 "작가의 관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벌칙을 가하는 것은 제 1수정헌법에 위배된다"는 구절이 담겨 있기 때문에 설사 이번 사건이 연방대법까지 간다해도 줄리아니가 승소한다는 보장은 없다. 더구나 중임제한에 걸린 그는 앞으로 5개월후면 시장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줄리아니는 99년에도 브루클린박물관에서 열린 ‘센세이션’ 전시회에 격노, 법정싸움을 걸었다가 패소한바 있다. 당시 그는 성모의 한쪽 가슴에 코끼리 배설물을 칠해놓은 작품에 발끈, 곧바로 법정으로 달려갔었다.
줄리아니의 공세에 대해 콕스와 박물관측은 담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콕스는 자신의 작품이 국내외에서 여러차례 전시됐지만 단 한번도 문제가 된 적이 없었다며 "나는 사람들이 소파에 편히 누어 감상할 쉬운 작품을 만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물관의 관계자들도 "예술가의 책무중 하나는 사람들을 생각하게 만드는 것 아니냐"며 줄리아니의 반응이 못마땅하다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줄리아니는 "형편없는 작품들이 시정부의 자금지원을 받는 박물관에 내걸리지 않도록 품위위원회를 설치해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도대체 누구를 예술 게슈타포로 오인될 소지가 많은 품위위원에 위촉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물론 품위를 갖춘 사람"이라며 슬며시 미소를 지어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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