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열흘 요르단서 6,000여명 이라크 귀국
“부모형제 놔두고 나만 살자고 있을수야”
후세인 반대하던 시아파들도 민병대 가담
평소 같으면 요르단에서 공부하거나 일하고 있는 이라크인들이 모여 차를 모시고 정보를 교환하는 암만 교외의 한 커피 하우스는 27일 차분하다못해 숙연한 분위기에 휩싸여있다.
이라크 전쟁이 발발하면서 이곳에 모여 수도 바그다드 등 이라크에서 벌어지고 있는 생생한 전쟁 소식을 아랍계 알 자지라, 아부다비 TV를 지켜보고 있는 이들 이라크인들의 최근 토픽은 이라크내 가족에 대한 안부와 바그다드행 교통편을 알아보는 것.
최근 10일 동안만 거의 6,000명에 달하는 요르단 거주 이라크인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이라크로 돌아간 가운데 기자가 방문한 이날 오전에도 28일 이라크도 돌아갈 예정인 3명의 이라크 젊은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지난 1년간 건축 공사장 인부로 일해서 그런지 23세의 나이보다 훨씬 나이가 들어 보이는 아드난 사둠은 “바그다드에 부모와 37세부터 18세까지의 형과 남동생, 여동생 8명이 있는데 24일부터 전화연락이 안 된다”며 “부모와 형제들은 언제 폭탄이 떨어질지 모르는 불안감에 잠을 못 자고 있는데 나만 살자고 여기에 있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남동생과 형 3명이 이라크군에 복무하고 있다는 그는 “이라크인들은 모두 집에 무기를 갖고 있다”며 “돌아가면 칼라샤느프 소총을 들고 민병대에 입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쟁이 나기 전에는 요르단과 이라크를 오가며 휘발유나 생필품을 수송하는 트럭을 운전했다는 알리 아비드(30)도 바그다드에 양가 부모와 부인, 2세, 3세, 6세된 세 아들이 있다. 아들만 8명중 막내라는 그는 “시아파 이슬람교를 믿고 있어 솔직히 사담 후세인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았지만 조국에 돌아가려는 결정은 후세인을 살리려는 것이 아니라 조국을 지키자는 것”이라며 “민간인들까지 죽어나가는 등 공습의 피해가 심해지면서 후세인을 반대하던 많은 이라크인까지 반미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또 부인과 3세, 7세된 두 아들과 28일 이라크로 돌아가는 호셈 알 사예드(23)는 “두 동생이 이라크군에서 복무하고 있는데 막내 동생이 소속된 부대는 어제 나자프 지역에서 미군들과 전투를 치러 많은 희생자가 났다고 들었다”며 “동생들이 무사하기를 바라지만 조국을 위해 전사했다면 자랑스런 죽음”이라고 말하면서 끝내 눈물을 글썽거렸다.
호셈 알 사예드는 초등학교만 졸업해 정치는 모르지만 왜 미국이 그렇게 이라크를 미워하고 공격하는지 모르겠다”며 “한국도 위기에 처한 이라크를 도와달라”고 말했다. 3명의 이라크인들은 “지난 91년 걸프전쟁 때는 200만명이 터키와 이란, 요르단으로 피신했지만 이번에는 모두 고향을 지키고 있다”며 “미국과 영국의 무기가 아무리 좋아도 이라크인들의 항전 정신을 무찌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한 시간의 인터뷰를 마치고 기자가 ‘가족의 안부와 부디 무사하기를 기원한다’고 인사하자 너무 고맙다며 기자와 힘차게 포옹한 후 ‘한국과 한국 국민에도 알라의 축복이 내리기를 기도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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