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친구였는데…” 린디 잉글랜드 이병의 친구인 데스티니 고인(왼쪽)과 그녀의 언니 제시카 클라인스티버가 잉글랜드를 두둔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맨 오른쪽은 잉글랜드의 고교시절 모습이 담긴 대형 사진.
동갑내기등 닮은꼴 여군 린치와 린디
전쟁상황서 영웅-악녀로 상반된 평가
“역할 달랐다면 반대결과 나왔을 것”
이라크전을 통해 세상에 이름을 알린 두명의 여군이 있다.
이 가운데 한 명은 지난해 3월 부상을 입은 채 이라크군에게 포로로 잡혔다가 미군들에 의해 극적으로 구출된 제시카 린치 일병이고, 다른 한 명은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에서 벌거벗은이라크인 재소자들에게 성적 학대를 가하는 사진으로 악명을 얻은 린디 잉글랜드 이병이다.
이들에겐 공통점이 많다. 우선 나이가 21세로 동갑이고, 웨스트버지니아 촌동네 출신인데다가 가정이 어려워 대학 대신 군을 택한 속사정까지 같다. 그러나 둘은 판이한 경험을 통해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대중앞에 모습을 드러냈고, 180도 다른 대접을 받았다.
다리뼈가 부러지고 척추를 다치는 중상을 입은 몸으로 이라크군에게 강간까지 당했던 린치는 무기력한 군인이었으면서도 ‘영웅’ 대접을 받은 반면 잉글랜드는 끔찍한 ‘악녀’로 지탄을 받았다. 그러나 심리학자들은 둘의 ‘역할‘이 바뀌었다면 린치와 잉글랜드에 대한 평가 역시 반대로 나왔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즉, 특수한 상황에서 힘이 주어지면 누구나 괴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심리학자들의 견해다. 도덕적 착란과 가치관의 혼란을 초래하는 전쟁이라는 특수상황에서 21세 벽촌 여성인 잉글랜드는 재소자들에게 직접적인 힘을 행사할수 있는 교도관의 ‘완장’을 찼고, 그것이 그녀를 괴물로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이른바 ‘완장론’을 뒷받침하기 위한 과학적 실험도 있었다. 스탠포드 대학의 한 교수는 지난 1971년 심리학과 건물 지하에 가상 교도소를 설치, 24명의 참여 학생에게 교도관과 수감자의 역할을 부여한 실험을 했다. 그런데 단 며칠이 지나지 않아 교도관 역할을 맡은 학생들은 거드름을 피우고 가학적인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으며 죄수 역할 학생들을 발가벗긴 채 성행위를 연상케 하는 동작을 강요하기도 했었다.
베트남전 참전용사이자 피츠버그 대학의 새뮤얼 왓슨 보건교수는 극한 감정과 피로, 좌절감 등을 경험하는 전쟁환경에서 군인들은 평소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짓을 곧잘 한다고 말한다.
특히 전쟁상황에는 적의 인간성을 말살하는 군사문화가 힘을 행사한다. 이같은 비인간화는 적을 죽여야 하거나 끔찍한 장면을 목격할 때 정신적 충격을 줄여주는 심리적 방어가 되기도 하지만 이번 포로 학대사건과 같은 사태를 부추길 수 있다.
이같은 적에 대한 극한 감정은 군대 훈련과 경험을 통해 적절하게 억제되어야 하는데 잉글랜드와 같은 어린 시골뜨기 예비군 병사에게 적절한 훈련이나 경험 없이 갑자기 권력이 주어진 상황에서는 남용으로 이어질 위험이 특히 크다는 지적이다.
<우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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