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년만에 제자 34명과 다시 만난 최봉준 회장(일어선 사람)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스승의 은혜는 하늘같아서 우러러 볼수록 높아만 지네
코흘리개 시절인 초등학교 1학년 담임 선생님을 만나러 47년만에 다시 만난 중년의 제자들이 최봉준옹(78·상항한미노인회 회장)을 얼싸안고 부르는 ‘스승의 노래’가 교정에 울려퍼졌다.
1957년 경기도 포천초등학교 1학년 동급생 50여명중 34명의 제자들은 지난 8월 19일 모교를 다시 방문, 미국에서 고향을 찾은 스승의 손을 놓을 줄을 몰랐다. 최회장의 모교방문은 지난 5월 미국의 스승을 찾은 전희순, 박정희씨의 주선으로 이뤄졌다. <본보 5월 5일자 A1면 보도>
포천초등학교 총동창회의 이정희 총무와 김성태 동기회장이 전국에 흩어져 살고있는 동기동창들에게 연락을 시작해 방방곡곡에서 스승의 모교 방문일에 맞추어 포천으로 모였다. 이들 중에는 경기도 일원은 물론 청주와 광주, 수원, 서울, 강릉, 원주 등 먼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직장에 휴가를 내면서까지 모인 제자도 있었다.
전희순씨는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난 스승과의 재회를 보도한 본보를 복사해 급우들에게 나눠져 부러움을 받았다.
현대식으로 바뀐 교정에서 인근 포천식당으로 자리를 옮긴 스승과 제자들은 식사를 하며 학교에 처음 발을 디뎠던 1957년으로 되돌아갔다. 한사코 말을 놓으라는 제자들의 성화를 받고 자리에서 일어선 최회장은 너희들을 다시 만나게 된 것이 꿈만 같다며 시집 장가 잘 가서 화목한 가정을 꾸민 것을 보니 대견하다고 격려했다.
김성태 동기회장을 비롯한 제자들은 답사에서 강산이 4-5번 바뀐 세월이 지났는데도 저희들의 이름을 어떻게 기억하십니까라며 놀라워했다. 윤정순(서울)씨와 최희경(강릉)씨 등은 어렸을 때 연극과 합창지도를 하며 농촌에서 문맹퇴치를 위해 노력하신 선생님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회상했다.
제자들 중에는 10년 전 미국으로 이민 후 연락이 끊긴 스승이 돌아가신 것으로만 알았던 사람도 있어서 건강하게 다시 만난 스승과의 재회를 더욱 놀라워했다. 집안사정이 어려운 아이의 사친회비를 최회장이 대신 내주었는데 이제는 의정부에서 손꼽히는 부자가 된 제자도 있었다.
식당 옆 노래방으로 옮긴 제자들은 최회장에게 선생님이 가르쳐준 ‘고향의 봄’ 노래를 불러달라고 요청했다. 어깨동무를 하고 1학년생으로 다시 돌아갔던 제자들은 최회장이 이제 헤어지면 내가 죽기 전에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말에 모두가 눈물을 흘렸다.
꿈같은 고국방문을 마치고 지난 8월 25일 출국할 때 전희순씨는 남편과 함께 인천국제공항으로 배웅을 나왔다. 또 여러 제자들이 은수저와 인삼 등 선물을 노스승에게 안겼다. 스승은 34명의 제자들에게 모두 감사편지를 보내 이들을 다시 한번 감격케 했다.
부인과 사별 후 샌프란시스코 노인아파트에서 혼자 사는 최회장은 옛 선생이 온다는 소식에 이처럼 많은 제자들이 모인 것을 보고 오니 인생을 헛되이 살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요즘도 최회장의 집으로는 그날의 감격을 되새기는 제자들의 편지와 전화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한범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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