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타다 고치세요” 신뢰로 단골 잡았다
애난데일 K마트 앞의 쉘(Shell) 자동차 정비소를 찾는 고객들은 때론 당황스럽다.
이곳저곳 자동차 검사를 해본 김동표 사장(51)은 “웬만하면 몇 개월 더 타다 오세요”라고 돌려보내기 일쑤다. ‘매케닉 샵은 없는 병도 만든다’는 속설이 김 사장네 정비소에서는 머쓱해진다.
주유소와 정비소를 겸한 애난데일 쉘을 인수한 지 5년. 불경기에도 매출을 2배 이상 늘린 비결이 여기에 있지 싶다.
그러나 김 사장은 “저한테 뭐 특별한 재주가 있나요. 그냥 손님들이 도와주신 덕분이지요”라며 사람 좋은 웃음을 흘린다.
어찌 보면 그에게 맥도날드 방식이니 토요타 방식이니 하는 거창한 경영전략이나 과학적 고객관리 같은 단어들은 무의미하다.
그를 지금껏 확장시켜온 근본적인 힘은 지식이란 하드웨어가 아니라 성실과 낙관적 인생관, 따뜻한 인간미 같은 소프트웨어였기 때문이다.
김 사장이 자동차 업계에 들어선 건 30년 전. 한국에선 자동차 부품업을 하며 ‘자동차 만물박사’란 별명까지 얻었다. 어려서부터 기계를 고치는데 탁월한 감각과 손재주를 지녀 택한 길이었다.
십수년 전 미국행을 결심했을 때도 믿는 건 ‘성실’이란 흔해빠진 단어뿐이었다. “당시만 해도 희망이나 미래가 없었을 때였습니다. 열심히 살면 될 것이란 희망 하나 안고 왔습니다.”
“처음엔 힘들었지만 남들보다 특별한 재주는 없어도 열심히 했습니다. 거짓말하지 않고, 즐겁게 일하고, 직원들 모두 가족처럼 일해 주니까 손님들이 믿어 주시더라구요.”
고객과의 신뢰가 형성되면서 그의 샵을 찾는 고객들이 하나둘씩 늘어났다. 처음 3명이던 기술자들도 이젠 6명으로 늘었다. 직원들 중에는 한인도 있지만 미국인, 몽골인, 히스패닉 기술자도 고용했다.
“한인 기술자만 있으면 다른 민족들은 잘 찾지 않게 됩니다. 다양한 고객층을 확보하는 게 불경기에는 중요합니다.”
그래서인지 그의 샵에는 애난데일 인근의 토박이 미국인 단골도 많다. 모두들 친구처럼 스스럼없는 사이로 지낸다. 어떤 단골들은 빈 체크를 맡겨놓고 알아서 계산하라며 돌아갈 정도다.
매년 변화하는 신기술을 배우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매월 하이텍 오토클럽에서 자동차 기술에 대한 공부와 연구를 해오고 있다.
직원들과의 스킨십도 그가 가장 중시하는 일. “직원들을 그저 피고용인으로 생각하면 안돼요. 그들과 내가 한 몸이란 마음, 우린 가족이란 일체감 없이는 일의 즐거움도 번창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고객들에 만족을 주지 못할 때가 가장 가슴 아프다는 김 사장은 “내가 덜 가져도, 남보다 덜 누려도, 있는 것으로 만족하고 고마워 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행복한 삶”이라며 활짝 웃었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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