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으로 등단한 한인회관 경비 요원 조재성씨가 자신의 사무실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작년 등단 LA한인회관 조재성씨 “짬짬이 詩想 기록”
올림픽과 웨스턴 교차로에 위치한 LA한인회관을 찾으면 언제나 깨끗하게 제복을 차려 입은 경비 요원으로부터 친절한 주차 안내를 받을 수 있다.
흐린 날이거나 비가 오면 슈바이처 박사가 아프라카에서 썼을 법한 챙이 둥근 하얀색 모자를 쓰고 나와 방문객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하기도 하는데 바로 조재성(61)씨다.
조씨는 지난해부터 시인이 됐다. 지난해 ‘제24회 크리스천 문인협회’가 실시한 신인 작품 공모 시 부문에서 ‘여행’이 가작으로 당선돼 정식으로 등단한 것이다.
조씨는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 하루에 꼬박 11시간을 근무한다. 다행히 입주 직원들이 퇴근하는 오후 5시부터는 조금 한가한 편이라 이때부터는 1평 남짓한 조그만 임시 목조 건물에서 책도 보고 시를 쓸 여유가 생긴다.
그래서 건물 안 책상 서랍에는 조씨가 그동안 써놓은 시들이 깨끗하게 프린트된 게 스무편 가량이 소중하게 보관돼 있다.
“누구나 시상을 갖고 있어요. 기록하지 않으면 잊게 돼요. 시상이 떠오를 때마다 적어둬요.”
조씨는 경희대 음대에서 클라리넷을 전공한 뒤 일간지 정읍 주재 기자로 활동했다. 기자 생활을 끝내고는 도서 출판 ‘답게’를 운영하며 성공한 뒤 1996년 가족과 함께 이민 왔다. 경비 요원 5년차지만 글을 쓰고 시를 쓰는 게 전혀 낯선 직업이 아닌 셈이다. 조씨는 앞으로 기회가 되면 그 동안 모은 시들을 한데 모아 책으로 엮어 내고 싶은 소망을 갖고 있다. “곧 있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도 응모하고 기회가 되면 시집 한권 내고 싶어요.”
한편 조씨는 경비라는 직업에 대해 “한인 경비 요원 가운데 일을 부끄러워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며 “미국에서도 사설 경비 요원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지역은 LA밖에 없다. 이 일이 없다면 무슨 일을 할지 생각해보면 이 일이 매우 고맙다”며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여행
조재성
떠나는 너의 마음과
보내는 나의 마음이 뒤엉킬 때
침묵만이 정겨운 다음 만남을 눈짓한다(중략)
이제부터 너만 보내지 않으리
꼬~~옥
너와 나 단 둘이 노닐면서
같이 가고 같이 오는
그것이
진정
아름다운 사랑이어라
행복한 사랑이어라
<정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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