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화가 이상남씨를 만났을 때 그는 두툼한 스크랩북을 한 권 꺼내보였다. 올해 4월 청담동 PKM 갤러리에서 열렸던 ‘풍경의 알고리즘’전에 관한 각종 기사와 평론들이었다. 언뜻 펼쳐보아도 50개 이상의 매체, 한마디로 한국에서 발행되는 거의 모든 인쇄 매체들이 이씨의 전시를 크게 보도한 셈이다. 2006년 LIG 손해보험 빌딩의 인테리어 장식을 맡아 자신의 작품을 영구 전시해 큰 화제를 모았던 작가의 한국내 위상을 알 수 있을 만큼 대단한 반향과 관심이었다. 또한 한국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일간지가 선정한 ‘100년 후에도 잊히지 않을 미술가 20인’에 뉴욕 작가로는 서도호, 김수자씨와 함께 뽑히기도 했다.
하지만 작가가 최근 얻고 있는 미국 주류 미술계의 평가는 이런 한국내에서의 열광마저 작게 느껴지게 만든다. 이례적으로 세계3대 미술 전문지 ‘아트인 아메리카’, ‘아트 포럼’, ‘플래쉬 아트’에서 동시에 이번 전시에 대해 호평을 싣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 전문지들은 보통 전시후 몇 달이 지난 후 평을 싣는다. 81년 뉴욕에 오기 전부터 이미 한국의 정상급 화가였던 이씨는 그동안 뉴욕타임스 등 주류 언론의 평가도 줄곧 받아 왔지만 “이제야 미국과 한국 양쪽에서 작가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한 것 같다”며 최근의 평가에 대한 성취감을 숨기지 않았다.
직선과 원을 탐구하는 작가의 기하학적이고 미니멀적인 추상 작품에 대해 ‘아트 인 아메리카’는 11월호에서 “수학과 불교에서 중요한 영향을 받은 이상남의 작품은 시간과 역사를 초월하는 공간으로 관객들을 초대한다”고 평했고 ‘아트포럼’은 “이미지를 찾아내서 그로부터 시각적인 정보를 단순화 한 다음 이를 캔버스에 옮긴다는 점”에서 팝아트의 거장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초기 작품과 비교했으며 ‘플래쉬 아트’는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면서 동시에 자유분방하다”고 평했다. 그러나 한국과 미국의 평론에서 독자들이 미쳐 발견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그것은 작가 이상남이 뉴욕이라는 정글에서 살아남기 위해 부단히 애썼고 여전히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예술적으로 최고의 외적 환경을 누릴 수 있는 곳이지만 동시에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정말 인정받기 힘든 곳이고 때문에 인정을 받았을 때의 성취감도 남다릅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성과를 과시하는 것에 전혀 거리낌이 없다. 동시에 잠시만 방심하면 금새 잊혀진다는 냉혹한 원리를 잘 알기에 현재의 성과에 전혀 안주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그는 미 평단의 호평에 대해 “어깨에 대령 계급장 정도 달았다”고 표현했다. 아직 별이 아닌 것이다. 군대를 다녀 온 사람은 대령과 장군이 비록 한 계급 차이지만 얼마나 건너기 힘든 간극인지 잘 안다.
그는 2010년 완공 예정인 또 다른 대형 프로젝트 LIG 사천 연수원의 국내 최대 규모 유리 브릿지 공사를 맡았다. 또한 한국 국정교과서 중학교 미술 교과서 2010년판 ‘추상 영역’에 작품이 실리게 됐다. 건물이 무너지지 않고 교과서가 바뀌지 않는다면 이 작가의 작품들은 정말 ‘100년 후에도 잊히지 않고’ 대중과 계속 만날 것이다.
<박원영 기자> wy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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