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블랑카 시내
말로만 듣던 아프리카 서북쪽의 모로코를 한번 가 보기로 했습니다. 영화로 유명해진 카사블랑카, 사실 단순히 하얀 집이라는 뜻인데 카사블랑카하면 너무나 멋지게 들리지요? 그곳과 마라케쉬를 중심으로 하여 여기저기를 돌아보기로 하였습니다. 카사블랑카는 상업 도시로 시가지 자체는 별로였습니다. 호텔에 안내해 줄 사람을 청했습니다. 꼬불꼬불한 시장에 들어갔다가 못 찾아 나올 것이 분명하고 이 나라 말을 모르니 그러는 수밖에 없지요.
우선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하산 2세의 이슬람교 큰 사원을 돌아보기로 하였습니다. 시내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물가에 자리 잡고 있는데 그 웅장함이 말할 수 없었습니다. 2만 5000명이 들어갈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대리석으로 정교한 무늬를 넣어 만든 바닥이며 필요하면 천장을 열 수 있는 시설까지 되어 있었습니다. 14년이나 걸려서 지었다고 하였습니다.못 사는 나라에서 이런 데 이렇게 돈을 많이 들이다니! 못 사는 나라이기 때문에 이런 게 더 필요한 거야 우리 남편의 의견이었습니다. 이렇게 종교의 힘으로 사람들을 뭉쳐야 하기 때문에 그래.
이해가 가는 말이었습니다.길을 다니면서 가장 눈에 뜨이는 것은 카페에 사람이 많은데 여자는 단 한 사람도 없고 모두 거무틱틱한 옷을 입은 남자들뿐. 그게 유난히 이상하게 보였습니다. 약간 거무스름한 피부색에 미소도 보이지 않아 험상 굳은 인상을 주더군요. 지나가면 모두들 우리 몸에 구멍이 날 만큼 뚫어지게 쳐다보았습니다. 하지만 이곳 사람들이 얼마나 평화로운 사람들인가를 느꼈습니다. 시장에서 물건 사라고 치근덕거리는 사람도 없고 아주 친절하였습니다. 상점에서도 이것저것 구경하며 이야기를 하다 보면 박하 차를 대접 하더군요. 그것이 이곳의 예의랍니다. 그런데 그 박하의 향이 너무나 강하고 또 거기다가 설탕을 타서 주었습니다. 비유가 약한 제 몸이 받아주지를 않아 한 모금 밖에 마실 수가 없었습니다. 그들의 호의를 거절 하는 게 무척이나 미안해서 저에게는 너무 강해서요라고 말하며 찻잔을 남편에게 슬그머니 밀었습니다.
제 시간이 되면 비행장이건 사무실에서건 다 제쳐놓고 카펫을 깔고 엎드려 기도를 하는 평화로운 광경이 우리의 시선을 끌었습니다. 도둑같이 생긴 사람들도 양말은 모두 어찌나 깨끗하고 하얀지 두 번 쳐다보았습니다. 아무리 빨아도 안돼서 어떤 때는 버리기까지 하는 우리 집의 흰색 아닌 흰 양말 생각이 나더라구요.저녁은 이곳의 전통 음식을 맛보기로 하고 호텔에다가 레스토랑을 하나 추천해 달라고 했습니다. 임미칠 (Immichil)이라고 우리가 찾아 간 곳은 내부를 조각과 타일로 정교하게 이 곳 특유의 스타일로 해 놓았습니다. 손님은 모두가 프랑스 사람들 이었습니다. 고급이라 비싸서 그렇겠지요.
타진이라는 것을 시켰습니다. 그것은 옹기로 만든 그릇 이름도 되고 야채와 함께 찜을 한 고기인 이 곳 전통 음식 이름이라고 하였습니다. 양파, 당근 같은 야채와 자두를 넣고 만든 양고기 찜이었습니다. 냄새가 구수 했습니다. 이곳 사람들은 코리안더, 쿠민, 사프론, 고추, 파프리카 같은 양념을 많이 씁니다. 야채를 푹 익히기는 했어도 적당히 잘 물렀고 고기의 맛이 잘 배어 있었습니다. 쿠스쿠스(cous cous)라고 좁쌀 같이 잘고 푸스스하게 떨어지는 것이 밥 대신에 같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쿠스쿠스 위에 찜한 양고기와 야채 그리고 그 맛있는 국물을 뿌려 먹었습니다. 그 때 먹은 것이 하도 기억에 남아 한 번은 프랑스에서 모로코식 레스토랑에 같더니 임미칠에서 먹은 것과는 비교도 안 되어 무척 실망한 적이 있었습니다.
저녁을 잘 먹고 나오다가 입구 근처에서 우연히 점잖은 사람과 이야기를 시작 하였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바로 그 집 주인 이었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나오다 말고 다시 앉아 주인뿐만 아니라 주인의 친구, 아들, 아들 친구(검은 베일을 쓰지 않은 것이 금방 눈에 띄었습니다)까지 합세하여 같이 앉게 되었습니다. 우리에게 술을 권했습니다. 여기 사람들은(이슬람교) 원래 술을 안 마시는 것 아시지요? 하지만 이렇게 외국인을 상대하는 곳에서는 술을 서브하더군요. 여행 중에 이렇게 본토 사람들과 함께 자리를 같이 할 수 있었으니 참 운이 좋았습니다. 특히 이렇게 색다른 나라에서는 더 더욱 여행을 제대로 한 느낌이 들게 하였습니다. 모로코 이야기
로 꽃을 피우다 밤늦게 그곳을 나왔을 때는 워낙 술을 못 마시는 체질이라 홍당무 같이 얼굴이 빨갛게 되어 나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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