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에 한 번 회사에서 점심 외식을 시켜준다.
식당은 우리가 정하고 수퍼바이저가 데리고 간다. 올해는 동료 다섯이 내 벤에 타고 예약한 식당으로 갔다. 수퍼바이저는 따로 오기로 했기에 우리는 먼저 가 예약된 자리에 앉아 음료와 에피타이저를 주문했다.
그런데 30분이나 지나도 수퍼바이저가 오지를 않아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걸던 동료가 “밖으로 나가겠다”고 말하고 가더니 수퍼 바이저를 모시고 왔다.
사연인 즉, 30분전에 왔는데 안내에 물어보니 “우리가 안왔다고”하더란다. 그래서 회사로 전화를 해서 우리가 떠났는지를 알아보는 중이었단다. 화가 잔뜩 난 그는 웨이터가 와서 음료를 시키겠느냐고 하자 이제 금방 앉았다고 퉁명스럽게 대답을 했다.
우리도 웨이터에게 어떻게 손님이 왔는지 잘 알아보지도 않아 사람을 기다리게 했느냐고 항의를 했다. 그러면서 수퍼 바이저에게 그가 나타나지 않아 음식값은 어떻게 해야하나 불안해 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자 수퍼바이저도 마음이 좀 누그러지는 눈치였다.
식당 매니저가 사과를 하며 우리가 시킨 에피타이저 값을 빼주겠다고 한다. 얼마나 순순히 그러던지. 손님 마음 상하게 한 것과 손님을 잃어 버리지 않으려는 배려가 보였다.
어쨌든 그로인해 우리는 예상보다 더 긴 점심 시간으로 보냈고, 다시 직장으로 돌아오는데 마치 학교 수업을 땡땡이 친 학생처럼 신이 났다.
기다리느라 화가 난 수퍼바이저에겐 미안했지만 그로 인해 우리는 평소보다 두배의 시간을 점심으로 보낸 탓에 직장으로 향하는데도 기분이 좋았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이일을 떠올리며 화제로 삼을 것 같아 웃음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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