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의 리딕 오페라단 공연 ‘박쥐(Die Fledermaus)’에서 아델라 역을 열연하고 있는 소프라노 캐서린 김. 김 씨는 이 공연을 계기로 메트오페라단 무대에 서게됐다.
2009년 신년을 맞아 새해 큰 활약이 기대되는 아티스트들을 시리즈로 소개한다. 나이와 배경은 모두 다르지만 이들 예술가들은 어제보다는 오늘이, 오늘보다는 내일이 더 유망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들은 뉴욕에서 이미 성공한 한인 예술가들의 뒤를 이으며 동시에 앞으로 뉴욕에 올 많은 후배들에게 롤 모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홍혜경, 신영옥, 조수미로 이어지는, 한동안 맥이 끊긴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무대 한인 프리마돈나의 다음 주자는 누구일까?
2007~2008 시즌 ‘피카로의 결혼’으로 처음 메트오페라에 출연했고 22일부터 시작되는 모차르트의 ‘매직 플롯’에서 파파게나 역을 맡아 무대에 서는 소프라노 캐서린 김(김지현)은 한인 음악팬들의 이런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는 가장 유망한 성악가다.
시카고 선 타임스지가 ‘tiny dynamo’ 라고 표현했듯이 그는 작은 체구를 가졌고 작은 목소리로 말하지만 그 안에는 무대에서만 폭발하는 넘치는 에너지를 품고 있다. 그리고 그 에너지만큼 커다란 재능과 그보다 훨씬 더 큰 욕심을 갖고 있다.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아무래도 아티스트는 끼와 재능이 있어야죠. 특히 오페라에서 동양인은 외모와 신체 여건상 역할을 맡는 데 큰 한계가 있습니다.
저는 신체조건이 뛰어난 건 아니지만 목소리는 타고 났다는 말은 주위에서 많이 들었어요.” 동료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연습에 매진할 수 있었던 것은 이처럼 “아무리 노력을 해도 이루지 못할 만큼 재능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성악가가 꿈이었다. 고등학생이던 92년 이민 온 후 줄리어드 프리 칼리지와 맨하탄 음대에서 성악을 공부했고 2005년 미국 5대 오페라단으로 꼽히는 시카고 ‘리릭 오페라단(Ryan Opera Center of Lyric Opera of Chicago)’의 영 아티스트 오디션에 합격해 2년간 수련을 받았다. 김씨는 “ 프로 야구로 치면 명문 구단 마이너리거로 입단한 셈”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남들이 선망하는 곳에 들어가 주말에도 쉬지 않고 연습에만 전념했던 김씨는 막상 2년 계약이 끝나던 시점에 큰 마음고생을 했다. 동료들은 하나둘씩 정식 무대로 떠나는 데 자신은 한군데서도 제의를 받지 못한 것. “한해에 20번이 넘게 오디션에 떨어져본 적도 있다”는 그였지만 오히려 작은 성과를 이룬 후에 오는 좌절감이 더 크게 다가왔다. 김씨는 “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였고 초조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바로 그 때 기회가 왔다. 리릭이 공연했던 스트라우스의 ‘박쥐(Die Fledermaus)’에서 아델라 역을 맡은 김씨를 메트오페라단의 담당자가 눈여겨 본 것. 동료들을 부러워하던 그가 오히려 누구보다 먼저 메트로폴리탄 무대에 서게 된 것이다. 김씨는 자신에게 온 소중한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았고 첫 시즌에 관계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으며 메트에서의 입지를 탄탄하게 굳히고 있다. 그는 특히 내년도 공연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전 보다 더 큰 비중의 역을 맡고 세계적인 오페라 스타들과 한 무대에 설 수 있는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이미 2011년까지는 배역이 정해져 있는 김씨는 “ 외모 때문인지 밝고 경쾌한 역할을 주로 맡아왔다”며 “도니제스티의 루치아처럼 사랑 때문에 목숨을 버리는 광적이고 강한 캐릭터의 역할을 꼭 하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지난해 베르디의 ‘가면무도회 (Un Ballo in Maschera)’에서 오스카 역을 맡았을 때 김씨는 의상에서 그동안 그 의상을 입었던 선임자의 이름이 적혀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 이름 중에는 홍혜경, 신영옥, 조수미의 이름도 있었다. 멀지 않은 시기에 그가 선배들의 뒤를 이을 것이다.김씨의 무대는 22일, 27일, 30, 31일, 1월 1일로 예정되어있다. ▲문의: 212-362-6000
<박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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