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주일에 한번 만나지만 꼭 교실로 찾아 오셔서 안부를 묻는 젊은 어머니가 계신다. 개구쟁이 아들 때문이라고 하지만 예의와 성의가 배어 있어 참 감사하다.
현충일 연휴, 속 썩이는 아이들을 떠나 편히 쉬라는 인사를 받고, 한 주 토요일을 집에서 여유 있게 보내는데 몸과 마음은 영 편치 않다. 흐린 날씨로 인한 기분 탓이라고 하기에는 몸이 너무 찌뿌드드하고, 머리가 지끈대며 오한이 나기도 했다. 갱년기 증상이 오기 전에 비타민을 꼼꼼히 챙겨 먹으라던 주변 분들의 충고가 떠오르며, 그럼 나도 이제 그런 나이?
생각하기조차 끔직해 반 학생들의 생활 기록부 및 성적표를 작성해 본다. 차분하게 앉아 시작하지만 눈이 침침하고 뻑뻑하여 불편하기 그지 없어 애꿎은 안경만 벗었다 썼다 한다.
일년을 함께한 귀한 아이들. 이들에게 무슨 말로 칭찬을 해 줄까!
한 명, 한 명을 떠올리니 나를 미소 짓게 하고, 급기야는 웃음을 터트리게 했다.
찌근대던 머리도 어느새 맑아져 기분이 산뜻해졌다.
그러고 보니 이들은 나에게 있어서 없어서는 안될 비타민 같은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감기 예방과 치료, 항 산화 효과로 암과 동맥경화까지도 예방한다는 비타민 C 같은 아이, 시력 저하를 방지한다는 비타민 A 같은 아이, 피로 회복과 정신 상태를 안정시킨다는 비타민 B1 같은 아이, 해독작용 입술이나 혀가 거칠어지는 것을 방지 한다는 B2 같은 아이, 편두통을 예방하고 통증을 완화 시킨다는 B3, 빈혈 방지, 심장 질환, 우울증 예방의 B9같은 아니, 세포의 노화를 늦추고 치매 예방을 한다는 비타민 E같은 아이, 혈액 응고를 돕는 비타민 K같은 아이, 그리고 혈액 순환촉진, 뇌의 영양 공급을 돕는 오메가 3와 같은 아이, 관절 영양제 글루코사민 같은 아이까지.
한 마디로 우리 반 아이들은 종합 비타민의 결정체 이었다.
그런데 생활 기록부에 「교사의 노화를 늦추고 치매 예방을 도와 주는 비타민 E와 같은 학생입니다.」「교사의 편두통의 통증을 완화시켜 주는 비타민 B3와 같은 귀한 학생 입니다.」라고 기록할 수 없음에 아쉬운 마음이 든다.
이제 긴 여름 방학에 들어 간다.
그 동안 배운 것 잊지 말았으면 좋겠고, 가정에서도 한국어 사용을 활성화 하여 9월 새 학기에는 한국말이 자연스럽게 술술 나왔으면 좋겠고, 특히 경기가 회복 되어 가정 형편으로 등록을 미루는 학생이 없었으면 좋겠고, 등록 학생이 더 많이 늘어 반에서 감당 할 수 없었으면 좋겠다.
그 동안 내 삶의 비타민이 되어 주었고, 또 계속 되어 줄 귀한 우리 학생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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