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경제에 대한 학자들과 정치인들의 평가가 매우 부정적이다. 그 가장 중요한 요인은 높은 실업률과 미국이 짊어지고 있는 과대한 국가채무 수준이다. 거의 10%의 국민이 실업상태이고 설상가상으로 국가의 빚이 많으니 미국의 경제상태가 나쁘다는 결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현실을 평가하고 대책을 세우는 데 있어서 전문가들의 이견이 분분하다는 점이다. 대선을 앞두고 경제현황이 정치적 쟁점이 되고 있기 때문에 야당 정치인들은 미국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가능한 한 팽배하도록 부추기고 있다. 오바마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공격수단이 바로 경제에 대한 비관론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 채무한도 인상에 대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공화당 의원들의 모습은 미국의 민주정치가 얼마나 원시적인 파당정치로 치닫고 있는 지를 잘 보여준다.
정치가들의 이런 행동이 경제에 악영향을 준다는 것은 우리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연방의회의 서커스와 같은 국가부채 상한선 조정이 끝나자 한 신용평가기관이 역사적으로 유례가 없는 미국신용등급 하향조정을 발표했다. 미국정부가 발행하는 국채의 신용등급이 영국이나 스위스보다 한 단계 떨어진다는 것으로 영국이나 스위스 국채가 미국국채보다 더 안전하다는 평가이다.
언론에서는 이것을 대서특필하였고 투자가들을 매우 당혹하게 하였으나 결과적으로 자본시장에서는 미국 국채에 대한 평가에 별 영향이 없었다. 미국의 경제규모는 아직도 세계의 25%나 되고 국채의 발행규모나 유통량도 절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세계자본시장에서의 역할은 여전히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미국 경제에 대한 처방을 놓고 정치가들이나 학자들이 펼치는 주장은 매우 극단적인 대립상을 보이고 있다. 공화당 대선주자들은 한결같이 기업에 대한 감세와 재정지출감소를 주장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은 옛날 레이건 시대의 공급주도(supply side) 경제이론의 재탕인데 이미 그 실용성이 없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는데도 앵무새처럼 같은 말을 되풀이 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
미국경제는 이미 사양길에 접어든 것인가? 기업인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우리의 재산을 어떻게 지켜야 할 것인가? 미국경제에 대한 많은 의문이 우리들의 경제활동과 직결되어 우리 마음을 어둡게 하고 있다.
미국경제를 항상 장기적으로 분석 평가하고 이를 장기투자에 활용하고 있는 미국최대의 채권펀드, 핌코의 빌 그로스 회장은 지금의 투자환경을 new normal 즉 새 패러다임의 경제라고 표현했다. 과거의 경제 질서가 이제는 맞지 않다는 말이다. 다시 말하면 2차 대전 후 미국 주도형의 세계경제질서가 복수국가 주
도형의 경제 질서로 바뀌어 간다는 뜻이다.
이러한 변화는 미국이 의도적으로 추진해 온 정책의 결과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미국이 사양길로 가는 것이 아니라 세계경제의 주도권을 같이 공유해 가는 과정을 우리는 보고 있는 것이다.
중국과 일본이 미국의 거대 채권국가 되어 미국이 이들의 경제속국이 되어갈 것이라는 이론은 매우 데마고그적인 착상이다. 중국과 일본이 미국에 물건을 계속 팔지 않으면 이 나라들의 경제는 어떻게 될 것인가? 중국이 곧 미국을 능가할 것이라는 이론도 역시 같은 맥락에 속하는 착각이다.
새 경제 질서 속에서 우리가 유의해야 할 점은 조급한 경제성장 혹은 자산증식을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요행을 바라는 경제활동은 과거에도 위험했고 앞으로도 위험하다. 특히 투기를 목적으로 하는 부동산 투자는 삼가야한다.
벤자민 홍
금융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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