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남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캘리포니아의 샌타모니카에 있는 호텔에서 며칠을 지냈다. 여러 곳에서 온 하객들을 맞느라 바쁜 중에서도, 온화한 풍경과 그림같이 아름다운 샌타모니카 비치와 끝없이 펼쳐진 태평양을 바라보는 것은 가슴 설레는 기쁨이었다.
야자수 사이로 보이는 광활한 바다와, 햇빛에 반사되어 은빛 비늘과 같이 반짝이는 바다물결, 그 위를 나는 흰 갈매기 떼와 바다위에 점점이 박혀 있는 요트들의 모습은, 과연 왜 이곳에서 영화 촬영을 많이 하는지 이해가 되었다.
나는 바다를 좋아한다. 일 년에 몇 번씩 크루즈 여행을 하는 것은 바다를 좋아하기 때문이며 마음이 편치 못할 때는 책 몇 권을 집어 들고 애나폴리스나 오션시티의 바닷가에서 시간을 보내고 오는 것도 바다가 주는 매력 때문이다. ‘바다,’ 그 얼마나 크고 너그럽고 여유롭고 풍요로운 이름인가?
물이 깊다는 것은 바닥이 넓고 낮다는 말이다. 바닥이 낮을수록 그 물은 깊이가 깊고, 그 안에 많은 것이 살 수 있고, 많은 것을 담을 수 있다. 그래서 도종환 시인은 ‘깊은 물’이라는 시에서 “이 저녁 그대 가슴엔 종이배 하나라도 뜨는가?”고 물었는지 모른다. 강물엔 나룻배를 띄우고, 바다엔 고깃배를 띄울 수 있다. 개울엔 종이배를 띄우고 큰 바다엔 여객선 같은 큰 배를 보낸다. 그러나 얕은 물에는 커피 잔 하나도 띄울 수 없다.
남의 아픔이나 슬픔, 고민 같은 것을 조금이라도 담을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느냐고 묻는 도종환 시인의 시구는 바쁜 현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한 번쯤 자문해야만 할 물음일 것이다.
이세희/ 메릴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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